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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블랙박스엔 '어, 어' 목소리만 담겼다…부부싸움설엔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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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관계자가 견인차로 시청역 인도 차량돌진 사고 가해차량을 이동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인 1일 오후 9시 27분쯤 차모씨(68)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오다가 역주행해 보행자와 차량을 들이받아 사상자 16명(사망자 9명·부상자 7명)이 나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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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어난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참사 경상자 1명이 추가돼 총 사상자가 16명으로 늘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3일 브리핑에서 “피의 차량은 조선호텔에서 나와 역주행을 하며 안전펜스와 보행자들을 충돌한 뒤, 이후 BMW·소나타 차량을 연달아 충돌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차량이 보행자를 먼저 들이받은 뒤, 다른 차량과 부딪혔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또 차모(68)씨가 운전한 제네시스 G80 차량의 동승자인 차씨의 부인이 전날(2일) 참고인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차씨 부인은 3일 중앙일보에도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을 하려는데 물체인지 사람인지가 있어서 피하려다가 갑자기 붕 뜨는 느낌으로 차가 빨리 나갔다. 내가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했는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가 날아가다시피 달렸다”고 주장했다. 차량 제어가 불가능한 급발진 사고라는 취지다.

반면에 차씨 측 주장과 반대되는 정황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과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EDR을 보면 사고 직전 차씨가 가속 페달을 90%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급발진 사고의 경우,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나타난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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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2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27분쯤 A 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18길(4차선 도로)을 역주행했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굉음을 내며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중상 1명·경상 3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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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에 따라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급발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수집한 증거의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감식 대상은 가해 차량의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과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 호텔과 주변 상가 폐쇄회로(CC)TV 영상 6점 등이다. EDR은 차량에 장착된 기록 장치로, 사고 직전 5초간 액셀과 감속페달(브레이크) 등의 작동 상황이 저장된다. 국과수의 EDR 정밀 감정은 통상 1~2개월 가량 소요되지만,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진행을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이 확보한 가해 차량의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씨 부부가 ‘어, 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내 블랙박스에 사고 원인의 실마리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차 씨 부부가 차량에 타기 전후로 다퉜다는 풍문에 대해 경찰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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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이틀 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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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갈비뼈를 다쳐 입원 중인 차씨가 호전되는 대로 피의자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시청역 사고 현장에는 3일에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가 놓였고 큰절을 올리는 추모객도 보였다. 사고 현장 근처의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한 학생은 추모글을 남겼다. 이 학생은 “어쩌면 퇴근 후 밥 한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달리한 9명의 분들의 명복을 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이어 “어제 집에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 나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적었다.

이영근·이보람·김서원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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