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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전면전 치닫는 홈플러스vs마트노조…‘대주주 투자금 회수 위한 분할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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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9년 전 인수한 홈플러스 재매각을 본격화하면서 홈플러스 직원들이 거센 반발에 나섰다.

지난 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이 현장 투쟁을 벌이며 결의대회를 예고하자, 홈플러스 사측은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가 매각과 관련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과 그릇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해, 갈등 격화가 예상된다.

MBK는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MBK는 그동안 홈플러스 점포 20여개의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 등으로 4조원에 가까운 빚을 갚고 현재 4000여억원을 남겨둔 상태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재임대하면서 임대료까지 지불하게 됐다.

◇ 마트노조 “단물만 쏙 빼먹고 매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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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영등포지점 앞에 걸린 매각 반대 현수막. 사진 | 최규리기자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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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는 최근 이커머스 급성장 속에 홈플러스를 통째로 재매각할 가능성이 작아지자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10여개부터 분할해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홈플러스 직원들은 슈퍼마켓만 분할 매각하면 경쟁력을 아예 상실할 것이라며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각종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가면서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채용도 대폭 줄여 “단물만 빼먹어 공중분해 될 처참한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한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도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보고서’에 “인수는 MBK가 했는데 그 빚과 이자는 팔려 간 홈플러스가 갚는 기상천외한 상황”이라며 “현재 홈플러스는 MBK의 차입매수(LBO) 때문에 아무리 벌어도 이자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연간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1994억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150여명은 2일 오후 2시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지키자 홈플러스! 밀실·분할매각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해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는 결의대회에 앞서 이날 오전 중앙위원회를 열어 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 투쟁을 벌여가기로 했다.

특히 다음 달 말 1000명 참여를 목표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오프라인 유통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홈플러스는 MBK의 경영실패로 영업이익을 내도 은행차입금과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배당금 때문에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이 키워준 홈플러스를 투기자본 사모펀드 MBK가 오로지 투자금 회수만을 위해 산산조각 내고 있으면서 직원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문영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산지회장은 매각과 관련해 “묵묵히 일하는 우리의 잘못이냐”라며 “진솔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은 채 익스프레스 매각을 결정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옥 홈플러스 울산동구지회장도 “회사의 주인은 우리(노동자)인데 우리 집이 팔리는 걸 우리만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밀실 매각을 반대한다.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은 빗속에서 ‘분할매각 반대’, ‘밀실매각 반대’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결의했다.

◇ 홈플러스 “매각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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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CI. 사진 |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검토는 홈플러스가 생존을 넘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2일 홈플러스는 최근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가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명예와 긍지,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며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회사는 “애플과 같은 글로벌기업은 물론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10년 넘게 공들였던 신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계열사 간 합병,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초대형 글로벌 회사인 애플에 자사를 비유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한국 시장에 진입해 전례 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 유통기업들은 또 한 번의 격변기를 맞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만 하는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는 2019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전 직원을 정규직화 하면서 직후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돼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와중에도 홈플러스 경영진은 직원 고용안정 및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이어 “사업 부문 매각은 경영적 의사결정 사항”이라며 “만약 매각이 성사된다면, 매각 대금은 핵심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며 “대주주의 투자 회수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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