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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안경처럼 얇은 VR기기' 메타렌즈 양산기술 개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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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석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카툭튀 해소·DSLR 렌즈 축소

초소형 광학기기 상용화 가능성

생산 단가 기존의 300분의 1로

나노구조 설계 어려움 극복 과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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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노준석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가 메타렌즈 대량 생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노 교수의 연구 성과는 새로운 초소형 광학 기기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미래 광학 기기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렌즈는 빛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나노 인공 구조체로, 기존 광학 부품의 크기와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아 세계 10대 기술로 뽑혔지만 개발을 위한 공정 속도가 느리고 생산 단가도 높아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메타렌즈 생산을 위해서는 고해상도 패터닝 기술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재의 가격이 높았던 탓에 연구용 소형 메타렌즈 생산만 이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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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수는 그동안 난제로 꼽혔던 초고가의 고굴절 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고굴절 소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메타렌즈 생산 속도를 높이고 단가도 대폭 낮췄다. 하이브리드 고굴절 소재는 기존 폴리머(고분자 화합물)에 고굴절 원자층 박막을 20㎚(나노미터·10억분의 1m) 정도로 매우 얇게 코팅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며 렌즈 효율을 10%에서 90%까지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또 공정 과정에서는 전자빔 리소그래피(패턴을 새기는 공정), 포토 리소그래피,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 등 3가지 나노 기술을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가시광선 영역에서 작동하는 메타렌즈를 12인치 웨이퍼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생산 단가를 기존 대비 3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노 교수는 “미래 광학 기술의 핵심인 가시광선 영역의 메타렌즈 대량 생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데 의의가 있다”면서 “기존 500만~600만 원 정도 필요했던 생산 비용을 2만~3만 원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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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렌즈 대량 생산기술은 기존 두꺼웠던 고해상도 렌즈의 경량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무게와 크기 때문에 불편함이 컸던 가상현실(VR) 기기의 렌즈를 얇게 만들어 안경 같은 형태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신 스마트폰들의 고질적인 ‘카툭튀(기기에서 카메라가 튀어나와 있는 현상)’ 문제 해소와 DSLR 카메라나 천체망원경에 장착돼 있는 렌즈도 얇게 만들어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 교수는 “가장 먼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2027년쯤에는 메타렌즈가 들어간 스마트폰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내 대기업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메타렌즈의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한 과제들도 여럿 남아 있다. 메타렌즈 생산을 위한 소재와 공정 부분에서는 대량 생산의 기반이 마련됐지만 메타렌즈를 내부 나노 구조를 설계하는 영역에서는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노 교수는 향후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메타렌즈 설계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메타렌즈 상용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메타렌즈 생산을 선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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