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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장마 뒤 찜통 : 정말 쉽게 풀어본 폭염 보고서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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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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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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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우리는 '때 이른 찜통' 속에 살았습니다. 장마 뒤엔 더 덥다고 합니다. 갈수록 뜨거워진다고 하니, 내년, 내후년도 걱정입니다.

# 기후위기의 시대입니다. 경제의 위기이자, 생존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구촌 국가가 손을 맞잡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했는데, 참 이상합니다. 지구는 왜 갈수록 더워지기만 하는 걸까요?

# 답은 하나 마나입니다. 세계 각국과 기업이 약속한 만큼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과연 우리는 기후위기에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는 걸까요. 더스쿠프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기후행동 경제학'을 준비했습니다. 파리협정, 탄소배출량, 1.5도, 2.0도 등 알쏭달쏭한 용어들을 쉽게 설명했습니다. 첫번째 편입니다.

지난 6월, 더워도 너무 더웠습니다. 체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올해 6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는 2.7일이었습니다.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폭염일수(0.6일)의 4배가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연간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에도 6월 폭염일수는 1.5일에 불과했습니다. 당시엔 짧은 장마가 지나간 후 어마어마하게 더운 날(7월 15.4일, 8월 14.1일)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보니 무섭습니다. 다가온 장마 뒤, 또 '폭염 신기록'을 세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상 밖 더위'와 마주하는 건 일상이 됐습니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볼까요. 지난해 연평균기온은 13.7도로 평년(12.5도)보다 1.2도나 높았습니다. 당연히 관측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최저기온과 최고기온 평년 편차의 일정 수치를 넘어서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상고온'이 발생한 날은 57.8일이나 됐습니다. 2개월가량을 '의외의 더위'와 마주했다는 겁니다. 덥기만 했던 것도 아닙니다. 장마철 누적 강수량은 660.2㎜로 평년(356.7㎜)의 두배가량 됐습니다. 폭설이나 태풍 '카눈'이 와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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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폭염일수가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2018년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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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이상기후가 우리의 일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갑도 얇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령, 예측할 수 없는 날씨는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작물 수확량을 줄여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올랐습니다. 신선과실(과일) 품목은 39.5% 급등했고, 신선 채소도 7.5% 상승했습니다. 신선식품지수가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건 지난해 10월부터 벌써 8개월째입니다.

이 밖에도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면, 전기세도 확 오를 겁니다.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줄어 전기는 더 부족할 게 분명하고요. 더운 여름은 노동력이 중요한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너무 더우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렇듯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꽤 직접적입니다.

이런 문제를 전 세계가 겪고 있으니, 그 파급력이 어떨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두려워하는 지점입니다. 2024년 세계경제포럼에 맞춰 발간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4'에서 각계 글로벌 전문가는 올해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으로 '극심한 이상기후'를 1위로 꼽았습니다.

'그린스완(Green Swan)' 시대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경제적 충격과 극단적 위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돌발적인 경제 위기를 뜻하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차용했습니다.

■ 원인 알고 해법 나왔지만… = 변덕스럽다 못해 종잡을 수 없는 날씨, 이유는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류입니다. 우리가 활동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를 펄펄 끓이는 중입니다.

해법도 나와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겁니다. 실제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195개)가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단어죠. 다름 아닌 '파리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입니다. 2015년에 체결된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 지구적 합의안입니다.

파리협정은 수십년에 걸친 협의 끝에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협의의 출발점은 1992년 채택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ㆍ"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자")입니다. UNFCCC를 근거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책을 협상하는 자리인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를 주기적으로 열어왔습니다. 여기서 '교토의정서(1997년)' '리마선언(2014년)' 같은 결과물이 있었지만, 구속력이 강하지 않았고 참여국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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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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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극복해 낸 게 파리협정입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했고, 내용도 구체적이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겁니다.

기후위기를 다룬 책이나 영화, 뉴스 등에서 나오는 '1.5도'는 여기서 나온 겁니다. 인류의 생존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높아져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세계 각국의 기후정책도 파리협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에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문제는 파리협정이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느냐입니다. 세계 각국이 합의한 지 9년이 흘렀지만 결과는 우리가 체험하고 있듯 신통치 않습니다.

지난해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막을 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가 최종 확정한 제6차 기후변화 종합보고서의 내용을 볼까요. [※참고 : IPCC는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는 전문기구입니다. 기후변화에 있어선 가장 권위가 높은 과학자 집단이죠. 비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발행하고, 세계 각국이 이를 참고합니다. 파리협정이 주장한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근거도 2014년 IPCC가 발행한 5차 보고서에서 나왔습니다.]

IPCC 6차 보고서가 전망한 인류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지구 지표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09도 올랐습니다. 현재의 기후정책을 토대로 전망한다면, 2040년 이전에 1.5도가 상승할 겁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파리협정의 미션인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은 물거품이 될 겁니다. IPCC는 "2100년 지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무려 3.2도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IPCC는 지금이라도 1.5도 상승을 늦추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0%, 2035년까지는 60.0%를 감축해야 한다고도 했죠. 각국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겨우겨우 닿을 수 있는 목표란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다 보니 각국 정부만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란 얘기로 이어집니다. 영국 비정부기구(NGO) 클라이밋그룹이 주도하는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RE100은 생산에 쓰이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캠페인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면서 납품업체에도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묶는 데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입니다. 파리협정을 맺고도 2019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대비 12% 늘어났고, 최근 들어 더 급증하고 있는 게 IPCC의 조사 내용이었으니까요. 국제 사회가 "절멸 위기에 처해있다"며 야단법석 떠는 것치곤 감축 의지가 신통치 못하단 겁니다. 전 세계는 이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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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 나서면 달라질까 = "우리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누가 2년 동안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란 의문이 생깁니다. 그 정답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입니다."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이 시급하다는 걸 강조한 겁니다. 지금처럼 온난화 추세에 가속이 붙으면 우리의 삶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기후위기 앞에 서있는 우린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까요.

국내엔 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방법을 안내하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2021년 3월 환경부가 만든 '탄소중립 실천포털'인데, 여기엔 실천효과를 지표로 계산한 5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기후위기를 막고자 이를 실행한다면, 내년 여름은 덜 더워질까요. 이 얘기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기후행동 경제학' 두번째 기사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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