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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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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사고, ‘급발진’ 인정돼도…역주행·인도 돌진 등 과실치사 적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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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사망자 9명을 포함해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시청역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급발진이 인정 되더라도 역주행, 횡단보도 돌진 등을 이유로 과실치사상 혐의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일보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모(68)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운전경력 40년이 넘는 가해 차량 운전자는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량에 대한 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해둔 상태다. 다만 급발진이 인정된다 해도 차씨의 혐의는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다만 급발진 판단이 나올 경우 양형 사유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용우 남대문서 교통과장은 전날 기자단 브리핑에서 “급발진이라고 해서 적용 혐의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원 소속의 윤원섭 변호사는 뉴시스에 “역주행으로 진입한 것이나, 횡단보도 쪽으로 돌진한 것을 보면 과실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인도가 아닌 다른 쪽으로 (핸들을) 틀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왜 역주행으로 진입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언제 급발진이 시작됐는지를 봐야겠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은 상황에서 과실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급발진이 인정돼도) 죄명은 그대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위드로 소속의 김경환 변호사도 “역주행하더라도 벽을 받는다든지, 급발진하더라도 다른 수단으로 갔어야 하는데 인도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 부분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급발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염 교수는 “현장에서 ‘급발진을 했다’라고 하면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루어지고, 그다음에 차량은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며 “차량이 정상화돼서 이게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차량을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급발진’ 자체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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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서 한 학생이 추모글귀를 붙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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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여부는 차량의 기계적 결함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나 블랙박스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김 변호사는 “급발진이 제조사 결함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급발진 여부 뿐만 아니라 버스기사로 알려진 차씨가 ‘무사고 운전’을 했다면 이 또한 양형 참작의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씨는 현 소속인 경기도 소재 버스회사에서 1년4개월 간 일하면서 무사고 경력을 기록했다.

최근 교통사고 형량이 무거워진 만큼 실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윤 변호사는 “교통사고로 1명이 사망한 경우, 1년6개월 형에서 2년형이 나온다. 그런데 이 사고로 9명이 죽었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5년 이상의 형량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차씨가 운전한 제네시스 차량은 지난 1일 오후 9시27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해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치고 다른 방향 차선에 있던 BMW, 소나타 등 차량까지 차례로 들이받았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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