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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우량매물 빠진 보험사 M&A 시장…매물 적체 지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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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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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고, 롯데손해보험도 본입찰을 진행하며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우량매물' 매각 절차가 8부 능선을 넘어선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잠잠했던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우량매물이 모두 빠진 시점이라 당분간 매물 적체는 지속할 전망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25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협의를 위한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롯데손보 본입찰에는 외국계 투자자 1~2곳이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ABL생명의 패키지 딜과 롯데손보의 매각이 마무리되면 M&A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 가운데 '알짜배기'는 모두 새 주인을 찾게 된다. 특히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나서자 그간 침체한 시장에 활력이 도는 분위기다.

그러나 M&A 시장에 다시 불이 붙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시장에 남은 매물은 이달 19일 본입찰을 앞둔 MG손해보험뿐이고, 이를 제외한 잠재매물은 K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악사손해보험 정도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남은 매물 대부분이 '검증됐다'고 말하기에는 체력이 너무 약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MG손보 19일 본입찰, KDB생명은 기업가치 높이고 재매각

MG손보의 경우 지난해에도 두 차례 매각이 추진됐으나 고배를 마셨다. 2월 1차 매각에는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고 8월에는 한 곳만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유효 입찰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공개 매각은 3번째 시도다. 애당초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5일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원매자들이 자금조달을 위한 투자자 협의 및 계약 세부 사항 검토 등을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구해 조정됐다.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MG손보의 가용자본은 5876억원이고 요구자본은 9180억원인데 금융당국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권고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7000억~8000억원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예보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공개 매각 성사를 위해 공사에서 자금지원을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해 인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KDB생명의 경우 KDB산업은행이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자회사로 편입을 검토 중이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KDB생명의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KDB산업은행은 KDB생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다시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3000억원 출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앞선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매각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KDB생명은 정말 많이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원매자가 없었고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내년 2월에 만기 되는 만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KDB생명의 매각가는 3000~4000억원인 반면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해 들어가야 하는 자금은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KDB생명의 킥스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 56.65%를 기록했다. 경과조치를 적용하더라도 117.5%에 불과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돈다.

BNP파리바·메트라이프·악사손보 매각 '공식화'는 안했지만…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건전성 비율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급격하게 떨어졌다. IFRS17 도입 전인 2022년 말 카디프생명의 구지급여력(RBC)비율은 499.2%로 업계 1위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킥스비율은 189.5%로 집계됐다.

생보사 잠재매물 가운데 그나마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메트라이프의 경우 언제 시장에 나올지 불확실하다. 지난해 메트라이프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3735억원으로 전년(5170억원) 대비 27.7% 감소했으나, 킥스 비율은 336%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매각설은 잠잠해진 상황이나,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메트라이프생명의 지분구조가 바뀐 탓에 수 차례 매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악사손보는 공식적으로 매각을 선언한 일은 없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교보생명으로의 재매각 가능성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교보생명은 2020년과 2021년 악사손보 인수를 타진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지난해에도 교보생명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악사손보의 지분을 공동 인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교보생명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게다가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손보사를 보유하고 있어 악사손보를 사들일 이유가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남은 매물을 인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사업 정상화에 드는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계 알짜배기 회사는 어차피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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