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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국가배상 소송서 이례적 요청…법원 “정부, 이행사항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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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후문에서 열린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국가폭력 사과·배상 항소와 국가폭력 피해자 국가배상 신청 기자회견’에서 녹화 공작 피해자 고 이종명씨의 딸 이봄씨가 ‘대한민국은 강제징집·프락치강요 국가폭력 공식사과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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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사건과 관련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이례적으로 정부에 진실 규명 이후 권고 이행 사항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과거 피해 여부 뿐 아니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국가 폭력을 인정한 뒤 정부가 피해 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여부도 판결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이후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달 10일 ‘프락치 강요 사건’의 피해자 박만규 목사, 고 이종명 목사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항소심을 진행 중인 서울고법 민사8-1부(재판장 김태호)는 피고 대한민국 쪽에 ‘진실규명상의 권고사항’에 대해 법령에 따른 제반절차 준수 여부 및 구체적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또 원고 쪽에는 국가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의 추가 자료 요청으로 지난달 13일 선고가 예정됐던 이 재판은 변론이 재개됐다.



박 목사 등은 1983년 군에 끌려가 학생운동 동향 밀고를 강요받은 이른바 ‘프락치 강요’ 활동 피해자다. 진화위는 2022년 11월 이들을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사과 △병역의무 이행과정에서 부당한 인권침해 재발 방지 △피해회복 조치 △피해사실 조사기구 설치 △의료접근권 강화 등 5가지를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 쪽은 지난달 24일 재판부에 37쪽 분량의 자료를 내어 정부를 대표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과했으며 재발 방지 관련해 국군방첩사사령부령(대통령령)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령의 개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국무회의 등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피해회복 조치, 피해사실 조사기구 설치 등에 대해서는 “장기계획으로서의 목표 지향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해자 쪽은 진화위 권고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쪽은 정부 사과에 대해 “법령상 소관기관장의 직접 사과가 원칙임에도, 국방부장관 또는 일선기관장이 아닌 법무부장관이 보도자료를 통한 간접사과를 했다”며 “원고들은 직접 사과를 받은 사실도 없고, 심지어는 (사과가) 원고 이종명 사망 이후였다. 유족들의 이의 제기에도 이후 직접 사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이 사건의 항소를 포기할 의사를 밝히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양쪽의 서면을 종합하면, 사과를 제외한 4가지는 진화위 권고 이후 1년8개월 동안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정부 쪽은 “권고사항은 국가 또는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기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 과거사정리법이 개정되면서 ‘국가기관은 해당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32조의2)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기 때문에 “(개정) 이전까지는 과거사정리법에서 국가기관의 의무에 관해 명시한 규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고 이행 노력이 의무가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피해자 쪽은 ‘국가기관은 해당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옛 법 32조5항)라는 조항이 2005년 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다고 맞섰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심 소송에서 소멸시효 주장 등을 하면서 원고들의 피해회복을 직접적으로 방해했다”며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피해자 쪽은 4일 재개되는 변론에서 진화위 권고 이행 여부를 쟁점으로 다툴 전망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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