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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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여야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열린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파행을 겪었다. 질문에 나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한다’고 표현했다”고 말하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해 사과를 요구한 끝에 정회한 것이다.
김병주 의원은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군사) 훈련이 강화돼서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한다’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저열한 도발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이라는 지난달 2일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의 논평을 지칭한 것이다. 현재 한-미는 동맹이지만 한-일은 동맹 관계가 아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의사를 진행한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과하신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사과하고 진행해달라”고 주문했으나 김 의원이 이를 거부하자 정회가 선언됐다. 정회 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거칠고 함부로 막말을 해대는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 국민의힘은 김병주 의원의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회의를 이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사과가 없다면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한 총리도 답변에서 한-미는 동맹이 맞지만, 한-일은 동맹이 아니라고 했다. ‘일본과 동맹한다는 걸 기정사실로 하는 논평을 쓴 국민의힘이야말로 국민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행 전까지 여야는 ‘채 상병 특검법’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 논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등 주로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관련 입장을 묻는 김병주 의원의 물음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 발언 논란에 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겠다”고 했다.
장관들은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해서는 과거 발언을 교묘히 피해 가는 태도를 보였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21일에 왜 거짓말을 했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거짓말한 적이 없다. 속기록을 보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분명 나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 장관은 지난해 8월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지난해 8월 10여차례 넘게 이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자신의 과거 발언을 교묘하게 뒤틀며 추궁을 피한 것이다. 신 장관의 답변 뒤 야당 의원들은 “미꾸라지”라고 외치며 비판했다.
신 장관은 “(수사) 외압이란 건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다른 견해를 보인다. 구체적인 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걸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채 상병 특검법’에 관해 “야당 쪽만 특검을 추천하고, 추천 대상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부분은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침범해 삼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한다. 위헌성이 많아 법무부 입장에서는 국회를 통과하면 재의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남북 긴장 고조에 관한 질의와 답변도 나왔다. 신 장관은 윤석열 정부 들어 효력이 정지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관해 “동물로 비교하면 북한은 육식동물이고 대한민국은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초식동물이다. 두 동물 사이에 있는 울타리를 허물어서 평화롭게 살자고 하면 말이 안 된다”며 “북한에는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대한민국에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손현수 boysoo@hani.co.kr 선담은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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