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셰한 미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부대표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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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아동 성착취물을 발견하면 방지센터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 앞으로는 아동을 유인하려는 시도, 성착취 목적의 인신 매매 시도 또한 추가적인 신고 의무사항에 포함됐다.”
존 셰한 미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이하 방지센터) 부대표는 2일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아동 성착취를 예방과 관련해 기업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1~2일 열린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차 한국을 찾아 “(성착취물 탐지) 기술은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아동 성착취를 예방하고 찾아내는 데에는 기업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애플이 개인정보는 어느 정도 보호하면서 아동 성착취 여부를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메신저 앱에 넣으려 했지만, 결국 프라이버시 보호를 우선하는 결정을 내리고 해당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던 사례도 소개했다.
방지센터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비영리단체로 직원만 425명이 근무한다. 아동 성착취물 대응, 실종 아동 찾기 등을 주 업무로 한다. 방지센터는 2002년부터 아동 성착취물 피해자 식별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는 “방지센터는 미국 내 기업들과는 공조 체계를 두텁게 갖춘 편”이라며 “저희가 기업에 요청하면 보통 24~48시간 내에 삭제가 이뤄진다”고 했다.
셰한 부대표는 최근 기술적으로 성착취물 탐색이 정교하게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는 “제3의 독립된 기관이 저희가 보유한 성착취물 관련 해시값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99.9%가 아동 성착취물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성착취물 탐색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하거나, 문제 없는 사진이나 영상을 성착취물로 오인할 확률이 적다는 취지다.
해시값은 입력한 데이터를 고정된 길이의 데이터로 변환된 값을 의미한다. 일종의 암호화한 값으로 볼 수 있다. 방지센터는 현재 성착취물 관련 1200만여 개의 해시값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도 성착취물의 해시값을 비교·대조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성범죄 영상 삭제·신고 조치를 한다.
방지센터가 미국 기업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법과 제도다. 셰한 부대표는 “지난달 미국 내 기업들의 아동 성착취물 신고 의무 관련 법개정이 이뤄졌다”며 “이전에도 아동 성착취물을 발견하면 방지센터에 신고할 의무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아동을 유인하려는 시도, 성착취 목적의 인신 매매 시도 또한 추가적인 신고 의무사항에 포함됐다”고 했다.
셰한 부대표는 아동 성적 유인 신고가 늘어나는 것에도 기술 발전과 기업들의 신고 의무가 작용했다고 본다. 방지센터가 집계한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아동 성적 유인은 2021년 4만4155건에서 지난해 18만6819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신고 건수가 20만건을 넘었다고 한다. 그는 “2년 반 전부터 어린 소년들을 성적으로 유인하는 케이스가 늘었다”며 “온라인상 그루밍을 검출하는 기술이 발전했고 메타나 스냅 등 플랫폼에서 신고하는 건수가 늘어난 것도 통계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관계자들이 동석해 한국의 성착취물 대응 상황을 소개했다. 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와 방지센터는 2022년부터 업무공조를 시작했다. 두 기관 사이 올 상반기 약 4600건의 아동 성착취물 삭제 공조가 이뤄졌다.
신보라 원장은 “한국도 법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자율규제가 원칙이라 사업자의 아동 성착취물 신고 의무가 없고 과징금 부과 등 관련 제재도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신 원장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저희 (성착취물 삭제) 요청에 잘 응하지 않는 편”이라고도 했다. 셰한 부대표도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은 아동 성착취물 신고 의무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의무가 없다”며 “저희도 대응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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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6131440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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