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고령 운전' 골치 아픈 일본선 '비상 제동 장치' 장착 등 대책 도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75세 기점으로 교통사고 과실률 배로 증가

노화 영향 무시 못해…면허 반납하더라도 '차 없는 생활' 대안 마련돼야

뉴스1

ⓒ News1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발생한 고통사고로 15명이 사상한 가운데, 운전자의 나이가 60대 후반으로 밝혀지면서 일각에서는 고령의 나이가 이번 사고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다 일찍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5년 전부터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른바 '이케부쿠로 폭주'라 불리는 사고가 계기가 됐다.

◇고령 운전에 경보 울린 '이케부쿠로 폭주' 참변

2019년 4월 19일 낮 12시 25분쯤.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92세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여성과 세 살짜리 딸을 덮쳤다. 모녀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고 다른 보행자 9명도 다쳤다.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로 돌진한 차량의 속도는 무려 시속 96㎞. 운전자도 골절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원인은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엑셀을 혼동해 빚어진 조작 실수로 밝혀졌다. 재판 후 운전자는 금고 5년 형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1998년부터 시행된 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를 활용하는 비율도 확연히 늘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019년, 85세 운전면허증 소지자 7명 중 1명이 운전대를 놓았다. 비율로 따지면 14%에 해당한다.

이후 발표된 경찰청 통계에서는 75세를 기점으로 사고 위험성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기 자전거 이상 규모의 교통 사망사고에서 과실이 가장 무거운 제1 당사자 수를 연령대별로 집계한 결과, 75세 미만 면허 소지자 10만 명 중에서는 2.6명이었던 데 비해 75세 이상에서는 5.3건으로 두 배 이상 많았다.

2022년 기준 75세 이상이 운전하는 자동차 및 오토바이로 인한 사망사고는 총 379건이었으며, 이는 전체 사망 사고의 16.7%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대책 마련 및 재발 방지에 나섰다. 2019년에는 '고령사회 백서'를 발표해 차량에 긴급 제동 장치를 부착하거나 산지·시골 마을에서는 카풀 및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3년 후부터는 기억력과 판단력 측정 검사를 병행한 고령 운전자를 대상 기능시험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노화에서 오는 신체적 한계…대안 찾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일본 이바라키현(県)에서는 이틀 전, 한 주차장에서 80대 여성이 운전하는 차에 여성 2명이 치어 한 명이 숨지고 나머지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운전자는 "액셀을 너무 세게 밟았다. 뒤에 있던 두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국립장수 의료 연구센터의 시마다 히로유키 노년학·사회과학연구센터장은 "운전에 필요한 시각 기능과 정보 처리능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고령자들이 많이 앓는 뇌졸중과 당뇨병, 파킨슨병 등 질환과 이를 치료하기 위해 쓰는 약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모든 고령자의 면허를 박탈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노년학회 아라이 히데노리 이사장은 "고령자의 개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실제로 운전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 중지한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37%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사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운전을 그만두게 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며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세우는 등 다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돌연 운전을 그만둔다면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니, 차가 없을 때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미리 검토하고 해결한 다음, 면허를 반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면허 반납으로 인한 고충을 완화하기 위해 버스 요금 반값 할인 및 자동차 매매가 증액, 온천 쿠폰 발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