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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치과 못가 스스로 발치…英총선 뜨거운 쟁점된 ‘치의료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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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붕괴에 진료 예약 ‘하늘의 별 따기’…해외 원정 치료도

여야, 앞다퉈 “치과 의료 개혁” 공약 줄세워

헤럴드경제

지난 27일(현지시간) 한 주니어 의사가 다른 의사들과 함께 영국 런던의 가이즈 앤 세인트 토마스 병원 밖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영국의 주니어 의사들은 5일간의 파업을 시작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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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영국의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영국 총선에서 치과 의료 개혁이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2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선 치과 진료 예약을 하지 못한 이들이 집에서 스스로 치료를 하거나 해외로 원정 치료를 가는 사례까지 생기면서 의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영국 전역에는 1만1000여개의 치과 진료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진료소는 보통 정부 지원금을 받는 NHS 진료와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개인 진료를 모두 운영하는데, 많은 의사들이 정부의 지원금으로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며 NHS 진료 대신 비싼 개인 진료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B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치과 진료소 90%가 신규 성인 NHS 환자를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비싼 개인 진료를 받을 여력이 없는 이들은 NHS 진료를 예약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 결국 실패하고 손수 치아를 뽑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영국 동부 도시 피트버러 인근에 사는 레일라 워터스(53)는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근방 100㎞ 이내에 있는 50곳이 넘는 진료소에 NHS 예약을 잡기 위해 연락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손으로 치아 5개를 뽑아내야 했다.

유고브 설문 조사에 따르면 레일라처럼 집에서 ‘셀프 치과 치료’를 했다고 말한 영국인은 전체의 10%로, 이 중에는 집에서 쓰는 펜치나 초강력 접착제 등으로 직접 치아를 치료한 경우도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시민단체 ‘투스리스’의 창립자인 마크 존스는 WP에 자신이 들은 사례들은 마치 “찰스 디킨스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브리스톨 지역에서 새로 문을 연 치과 앞에 수많은 군중이 몰려들어 경찰이 이들을 통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인근 국가로 ‘원정 치료’를 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하자 이번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제대로 된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근 당 대표 TV 토론에서도 치과 의료 개혁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을 정도다.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과 키어 스타머 대표의 노동당은 모두 앞다투어 NHS의 치과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노동당은 NHS와 치과의사들 간의 계약 조건을 개선하고 70만건 이상의 신규 긴급 진료 제공, 필요 지역에서의 치과의사 신규 채용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수낵 총리의 보수당 역시 치과의사들의 NHS 계약 조건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시골 지역에서 일하는 치과의사들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신규 치과의사들이 일정 기간 NHS 내에서 일하도록 하는 등의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노동당의 개혁안이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양당의 공약보다 더 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안 밀스 플리머스대 치의학 교수는 WP에 “인력과 계약에 있어서 급진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현재로서 바랄 수 있는 최선은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정도”라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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