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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빛나는 인터뷰] 설상호 연구소장, 천연물로 신약 개발에 앞장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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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인터뷰'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인스코비 자회사 아피메즈의 설상호 연구소장이다.

바이오 기업 아피메즈는 국내 1호 천연물 신약이자 국산 신약 6호인 골관절염 치료제 '아피톡신'을 보유하고 있다. 아피메즈가 최근 '아피톡신'에 이어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새로운 천연물 신약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설상호 아피메즈 연구소장을 만나봤다.

설상호 연구소장은 류마티스 내과 의사 출신으로, 천연물 기반 의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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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톡신은 꿀벌의 봉독에서 유래한 물질로 만든 주사제다. 왜 봉독인가.

아피톡신은 벌의 침에서 추출한 독성 성분을 정제하고 동결건조해 만든 전문의약품이다. 아피메즈에 따르면 수술 없이 아피톡신 처방으로 통증을 치료하고 완화할 수 있다. 아피메즈는 지난 2023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아피톡신 재판매를 위한 허가변경을 승인받아 올해 1월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설상호 연구소장은 "봉독은 동식물의 자연적인 독성성분 중 하나다. 봉독의 주요 성분은 펩타이드인 멜리틴과 효소인 포스포리파아제A2(PLA2)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멜리틴은 항염증효능을 가지고 PLA2는 면역세포에 작용하는 기전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용량으로 주사하면 관절이나 근육의 염증에 빠르고 강력하게 작용해 염증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이는 아피메즈가 현재 아피톡신 적응증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적응증인 골관절염을 비롯해 다양한 염증성 관절 질환 치료에 아피톡신을 활용해 지속형 항염증 치료제로서의 아피톡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설 연구소장은 "아피톡신이 최소 관절 질환에 대해서라면 스테로이드 성분도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만성 질환 환자인 만큼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이때 약물의 스테로이드 성분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내약성, 중독성, 기타 장기에 미치는 부작용이 없다는 특징은 아피톡신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이 설 연구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피메즈는 살아있는 세포에 염증을 유발시켜 스테로이드 약물 중 가장 강력한 효능으로 알려진 덱사메타손과 아피톡신의 항염증에 대한 효능을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능평가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아피메즈는 미국에서 아피톡신의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임상도 추진 중이다. 신경세포에 발생한 염증 개선에 나선 것으로,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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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기존 약물처럼 독성 없어 유리…체내 흡수율 높이는 연구 집중"

설 연구소장은 우선 "파이프라인 측면에서는, 천연물 의약품으로서 차기 아이템으로 식물 추출물로 항류마티스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항류마티스 약물의 단점인 간과 신장 독성이 없다는 차별점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원료 스케일업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인 측면으로는 약물이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플랫폼 기술과 천연물에서 특정 성분들만 뽑는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구소장은 천연물에는 많은 약용성분이 있는데, 이런 약용성분들은 대부분 분자량이 커서 체내 흡수가 쉽지 않다는 문제를 짚었다.

그는 "아피메즈의 NAS(천연성분 흡수율 및 부작용 개선 시스템) 기술을 이용하면 체내 흡수율을 크게 올릴 수 있다. 각종 소화효소에 분해되지 않도록 막아준다거나, 장벽 세포 간격을 늘려 투과율을 높인다거나, 장내 혈관을 확장해 흡수 속도를 올린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설 연구소장은 선택적 천연물 추출 기술로 REM기술(다공성 레진 추출법)을 소개했다.

그는 "REM기술은 천연물 내에서 특정 성분만을 뽑아내기 위한 기술이다. 다양한 레진을 이용해 좋은 성분만을 뽑아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성분을 제거하기도 한다. 아피메즈는 10여 종의 레진을 보유하고 있어 추출하고자 하는 성분의 전기화학적 성질에 따라 레진을 선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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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0여 천연물 빅데이터 보유…확장성 무궁무진

설 연구소장은 천연물 연구개발에서 중요한 점은 "다양한 천연물에 대한 기본 정보와 품목 선정"이라고 답한다. 현재 아피메즈는 2570여 종의 천연물에 대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매 반기별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어떤 천연물에 접근할지, 어떤 성분에 집중할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또 의료적 미충적 수요 또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설 연구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면 아피톡신을 정형외과 의약품으로만 개발할지 아니면 내분비과와 협력할지 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봉독 핵심 성분인 멜리틴의 경우에도 암 세포를 사멸시키는데, 항암제 분야에서 응용한다면, 멜리틴을 암 세포까지 도달 가능하게 하는 기술, 멜리틴이 암 세포를 선택적으로 표적하게 하는 기술 등과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미 천연물 의약품 진출 위해 美 상장 준비

아피메즈는 올해 1월 미국증시 상장을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아피메즈의 미국 상장 시도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아피톡스'의 미국 임상 3상 완주를 위해서다.

특히 아피메즈는 골관절염과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연구 및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상장을 추진, 상장 이후 미국에서 임상 3상에 소요되는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 연구소장은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미국 천연물 의약품 시장은 현재 전 세계 최대 규모다. 대략 90억 달러, 한화로는 12조원 수준이다. 생식기 사마귀 치료제인 '베러겐', 에이즈 환자에 쓰이는 지사제 '풀리자크'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천연물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9배 시장 '만리장성' 넘기 위해 품질향상 총력

설 연구소장은 중국 의약품 시장의 성장세에 대해 "중국 의약품 시장은 이미 250조원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 전체 규모가 26조원이라고 봤을 때, 중국은 우리의 9배가 넘는 셈이다. 그래서 이미 전 세계 많은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의약품 허가에 대한 장벽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 이 장벽을 넘어 중국 현지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의 가까운 미래 과제일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수준이라면 충분히 중국 시장에 도전해 우리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아피메즈도 중국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QbD(의약품 품질 고도화) 시스템의 중요성도 알렸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선제적으로 QbD를 도입했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QbD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호 연구소장은 "미국, 중국, 인도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실질적으로 상호 간 벗어날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미국 진출만큼 중국이나 인도 시장을 정조준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식의 싸움은 사람의 수와 비례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의 순서에 차이가 있을 뿐 결과적으로 의약품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유사하게 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神이 주신 천연물로 국경 없는 의료 발전 이룰 것"

설 연구소장은 레지던트 1년 차 시절을 떠올렸다. 설 연구소장이 지난 2002년 가을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할 때 처음 맡은 임무가 천연물 신약의 임상시험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천연물 연구에 몰두하게 되면서 천연물은 설 연구소장 개인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천연물에는 대자연의 법칙이 있다. 어떤 약용 식물을 먹었을 때 우리 몸 속에서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천연물의 유효 성분에는 '당'이 붙어 있는데 배당체라고 부른다. 배당체는 수용성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빠르게 배출될 수 있어서 천연물로 병도 고치고 회복할 수 있는 원리가 자연스럽게 성립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이 배당체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호기심을 갖지만, 신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깨닫고 있다."

설상호 연구소장은 의사로서 자신의 의학이 인류의 건강과 질병 극복에 기여하고 전 세계 소외된 곳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되기를 소망한다. 지금 천연물 신약 개발에 역량을 쏟아 훗날 의료 현장에서 그는 그 꿈을 이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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