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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남북사료]북, 삐라 흔들며 항의…체제비판엔 "정신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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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2일 남북대화 사료집 10권·11권 공개

1984년 체육회담서 북측, 전단 들고 와 흔들어

체제비판에 "인민의 저주받을 것" 격앙 반응

뉴시스

[서울=뉴시스]1984년 4월30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제2차 남북한 체육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2024.07.02..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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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40년 전 국제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회담에서 '삐라'(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대화록이 공개됐다. 남한이 북한의 세습체제를 비판하자 북한 측 인사는 '정신병자' 등 회담에서 사용되기 어려운 표현을 동원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대화 사료집 10권·11권을 공개했다.

사료집을 보면 남북은 1984년 4월9일 판문점에서 그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대회 등 국제 체육대회 단일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체육회담을 열었다. 직전 해 일으킨 '버마 암살폭발 사건'(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던 북한이 국면 전환용으로 제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인 신상옥·최은희 부부 납북과 아웅산 테러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충돌한 끝에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1983년 10월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당시 대통령 전두환 및 수행단을 겨냥한 북한의 테러로 서석준 경제부총리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측이 이를 언급하며 사죄 및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자 북측은 "이미 명백히 천명한 바와 같이 랑군(현 양곤)사건은 우리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반발했다.

또 남측이 전단을 살포했다고 항의하며 화제를 전환했다.

북측은 "오늘 새벽 귀측(남측) 해당기관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우리측 지역일대에 우리를 비방 중상하는 내용의 선전삐라들을 다량 살포했다"며 "오늘의 첫 체육회담을 몇시간 앞두고 벌어진 이 전례없는 삐라살포 사건은 우리측을 모독하고 회담 앞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려는 매우 불순한 도발행위"라고 말했다.

북측 인사는 전단을 흔들면서 "이게 뭡니까? 이거 오늘 새벽 4시에…"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남측이 "우리도 새벽에 그런 것이 많아요"라고 반박하자 북측은 "회담에 나올때까지 귀측에서 그렇게…"라고 받아쳤다.

문서공개 예비심사위원인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80년대는 남북이 모두 전단을 뿌리던 시기로, 문서 내용만으론 북한이 그간의 전단을 모아서 회담 장소에 갖고 온 건지 실제 전날에 (남측이) 뿌려진 것을 갖고 온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측은 미얀마 정부가 사건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공식 발표하고 북한에 대한 외교단절·정권승인 취소 조처를 한 사실도 거론했다.

북측은 "분위기를 깨트리자는 건가? 회의목적에 맞게 회의를 진행하자"고 맞섰다. 사료집엔 '(야유계속)'이라고 명시돼있는데, 당시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남측이 아웅산 테러 관련 체포된 범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하자 북측은 "이 회담과 관계있나. 그 어디서 단막극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라고 막말을 했다.

이어 "버마에서 무슨 폭발을 해 무얼 어떻게 해"라며 야유 및 소란을 퍼부었다.

북측이 남측을 "테러의 본산"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남측은 "북한땅에 공산주의가 아닌 다른 사상을 가질 수 있는 사상의 자유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에 종교의 자유, 출판의 자유, 거주의 자유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정곡을 찌르는 남측 발언에 북측 인사들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뒤이어진 북측의 발언은 "모든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곳이(소란)…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곳이 어디야…(고성)"으로 기록됐다.

남측은 물러서지 않고 정치범 집단수용소를 언급하며 "귀측의 부자세습왕조 구축과 우상화는 자유세계는 물론 심지어 귀측과 같은 체제를 가진 공산국가 내부에서까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북측은 " 귀측에서 도발을 너무하고 있다"며 고성을 질렀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해 10월9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제1묘역에서 거행된 '제40주기 아웅산 묘소 순국 국가유공자 추모식'에서 장세동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분향을 하고 있다. 2024.07.01. kg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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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4월30일 다시 회담이 열렸지만 아웅산 테러 사과를 요구하는 남측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북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너 수석대표야! 조용히 해"(남측), "이게 깡패야 뭐야"(북측) 등 날선 발언이 쏟아졌다.

남측이 북한 체제를 세습체제, 일당독재주의 체제라고 비판하자 북측은 "뭐야 이 사람이 정신병자 아냐 도대체 말이야"라고 답했다.

세습체제 비판에 북측은 "개백정 같은", "너 자체가 반역자야", "인민의 저주를 받을 것", "너와 같은 반역인은 인민 앞에 총탄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라" 등 발언을 쏟아냈다.

체육회담은 3차까지 열렸지만 4차 회담은 북한의 거부로 열리지 않았다. 북한은 결국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 국가들과 더불어 LA 올림픽에 불참했다.

이번에 공개된 남북회담 사료집은 1981년 12월~1987년 5월 기간 인도·체육 분야 남북회담 문서 1693쪽이다. 2022년 첫 공개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 사료공개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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