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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친명 '독무대' 된 최고위원 경선…정책·비전은 실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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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선거에 친명(친이재명)계의 출마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모든 후보가 출사표에서 이재명 전 대표를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비전과 정책이 실종된 모습이다. 지도부가 친명 일색으로 구성될 경우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줄어들고,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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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박수치고 있다. 2024.06.27.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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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낸 의원은 총 6명이다. 지난 24일 강선우·김병주 의원을 시작으로 전날(30일) 김지호 부대변인, 이날 김민석·이성윤·한준호 의원이 차례로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목할 점은 출마선언문에서 이재명 전 대표 이름을 언급한 횟수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선언문에서 '이재명'을 언급한 횟수가 많은 후보는 상대적으로 정책·비전이 부족했고, 언급이 적은 후보는 정책 비전 부각에 공을 들였다. 실제 각 후보들이 이재명을 언급한 횟수는 △강선우 의원 29회 △김지호 부대변인 20회 △한준호 의원 9회 △김민석 의원 2회 △김병주 의원 2회 △이성윤 의원 1회 등으로 나타났다.

이 전대표를 최다 언급한 강 의원이 강점으로 부각한 것은 '온라인 당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민주당이 좋아서 스스로 손을 들고 민주당에 들어온 '온라인 당원' 출신"이라면서 "당신을 가장 닮은 당신의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당심에 호소했다.

반면 강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이 전 대표 언급이 적은 김민석·김병주 의원은 정책 방향성을 부각했다. 김민석 의원은 "당원주권·정책협약·예비내각의 집권 플랜 3대 과제에 주력하겠다"고 공약했고, 김병주 의원은 최근 들어 고조되고 있는 안보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가 자신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이재명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최고위원 경선이 친명 중심으로 흘러가자, 당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민주당이 친명 일색으로 가지 말고 좀 핫하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최고위원 경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상호 전 의원도 지난 20일 열린 '대한민국 정당역사 토크쇼'에서 "계파가 싫다"며 "계파 투쟁이 심할 때는 누가 민주당 당 대표가 되고 원내대표가 되든 내 계파 소속이 아니면 트집을 담아 흔들었는데, 그 시절 당은 너무 불안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단일대오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다양성 상실'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을 이해한다"면서도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우는 상황에서 친명·비명 의미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이 전 대표를) 감옥에 넣어야 한다'는 등 민주당과 이 전 대표를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어서 똘똘 뭉쳐서 싸우는 수밖에 없고, 다양성이 없다는 얘기는 한가한 주장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여전히 친명으로만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당내 다양성과 유연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라든지 또는 당내 통합이라든지 이런 메시지보다는 이재명 체제를 지키겠다 또는 옹위하겠다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최고 위원에 대거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결국은 이재명 사당화에 걸맞은 지도부가 탄생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완전한 이재명 일극 체제가 구축된다면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정책 경쟁도 사라질 것"이라면서 "향후 혹여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다든지 이 전 대표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생각보다 저조하고, 심지어 역풍이 불 경우에는 민주당이 굉장히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최고위원 경선이 친명 일색으로 가는 것에 대해 "친명 표심을 안 얻고는 당선이 안 되니까 비명들은 출마를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굉장히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명 순혈주의로 가다 보면 외풍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은 떨어질 거고, 이와 함께 중도층 표심 잡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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