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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은둔형 외톨이' 자녀 이해하려는 한 부모들 '감금 체험'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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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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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금 은둔


"휴대전화나 노트북이 허용되지 않는 벽장 정도 크기의 방. 죄수는 아니지만 푸른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맨 벽을 벗 삼아 '감금 체험'을 하면서 세상과 단절된 자녀의 심정을 배운다."

최근 한국에서 취업난 등으로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살아가는 은둔 청년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런 자녀를 이해하려는 부모들이 독방 감금 체험까지 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BBC는 "한국의 행복공장에서 부모들이 스스로를 감방에 가두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한국 부모들의 분투를 조명했습니다.

BBC는 청년재단과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행복공장 등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히키코모리'로도 불리는 고립·은둔 청년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4월부터 13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자녀와 더 잘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이 중에는 강원도 홍천군의 행복공장 수련시설에서 3일간 독방 생활을 하는 과정도 포함돼있습니다.

고립을 통해 자녀들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진 모(가명)씨의 아들은 3년째 자기 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이 많았던 아들에게 진 씨 부부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자주 아팠고, 교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나중에는 섭식장애까지 겪었습니다.

대학 진학 후 한 학기 동안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진 씨는 방에 틀어박혀 씻고 먹는 것도 소홀히 하는 아들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지만, 아들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행복공장으로 감금 체험을 와서 다른 고립·은둔 청년들이 쓴 쪽지를 읽고서야 "아무도 아들을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침묵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돌아봤습니다.

박 모(가명)씨도 7년 전부터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26세 아들을 이해해보려고 감금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박 씨는 아들을 상담사와 의사에게 데려가봤지만 아들은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거부하고 비디오게임에만 매달려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번 체험을 통해 "아이의 삶을 일정한 틀에 넣으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교육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의 19∼34세 청년 중 5%인 54만 명이 고립·은둔 상태이며 그 이유로는 취업난(24.1%), 대인관계 문제(23.5%), 가족 문제(12.4%), 건강 문제(12.4%) 등이 꼽힌다고 전했습니다.

BBC는 한국에서 "자녀의 성취를 부모의 성공으로 보는 인식이 (고립·은둔 자녀를 둔) 가족 전체를 고립의 수렁으로 끌어당기는 원인이 된다"면서 "또한 많은 부모가 자녀의 고난을 양육의 실패로 인식해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고 짚었습니다.

이 매체는 또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을 인용해, 청년들의 고립·은둔이 가족 내 문제라는 견해가 부모들까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되는 게 두려워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상황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 센터장은 "(자녀의 고립·은둔)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부모들 역시 스스로를 고립시켜 명절 가족 모임에도 빠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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