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정당화로 공천권 없애야"
"저출생 원포인트 개헌 필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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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50년간 공직에 투신했다. 기획재정부 관료로 28년, 청와대·국회에서 22년 동안 국가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그가 10개 정부를 경험한 기록을 집대성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를 최근 발간했다. 박정희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가감 없이 솔직한 평가를 내놨지만 논란도 일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당선된 순간 이미 검사가 아니다. 정치인으로 행동해야 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윤석열 정부를 평가한다면.
"저출생에 굉장히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연금개혁을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어렵게 합의했는데도 하지 않았다. 채 상병 정국으로 정부를 탄핵해 쓰러트리는 게 명백한 야당과 왜 협조하느냐는 생각 때문에 안 한 것이다. 그러면 문제다. 정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타협하느냐의 기술이다."
-당시 어떻게 했어야 하나.
"생각이 같은 것을 먼저 합의한 뒤 계속 토론해나가면 된다. 그렇게 서로 간격을 좁히고 또 새로운 합의도 할 수 있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한 걸음 한 걸음씩)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게 선진국 정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재국가 시절 만들어진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정치다. 올 오어 낫싱은 개발도상국 특유의 정치이고, 폭력적 방법이 나오지 않으면 뒤집히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에 '노(No)'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여당에서 생겨야 하고, 윤 대통령도 그 사람들이 내게 도움되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음모론을 언급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데 깜짝 놀랐다. 대통령도 유튜브에서 극단적 팬덤들끼리 주고받는 내용으로 판단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신문, 방송 등 주요 매체들이 균형 있게 보도한 걸 보고 판단하는데, 극소수 0.001% 사람들이 주고받는 것(정보)에 영향을 받아서 올바른 판단을 못 한다면 잘못이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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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윤 대통령은 이미 검사가 아니다. 당선된 순간 대통령이다. 우리도 윤 대통령을 존중해야 하고, 동시에 윤 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점에서 윤 대통령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예산안 제안 설명을 위해 국회에 왔을 때 내가 상임위원장 18명과 예산안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했고, 그렇게 했다. 윤 대통령이 (다른 의견을) 안 받아들인다고 자꾸 그러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대통령에게 올바른 소리를 소신껏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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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직접민주주의가 팬덤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현 정당 제도와 잘못 결합됐다. 정당법을 고쳐서 원내정당화해야 한다. 그러면 공천권이 없어지고, 오픈프라이머리로 누구나 100% 경선을 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평균 20만 명의 국민 대표다. 그중 당원은 5%도 안 되고 팬덤은 0.001%도 안 된다. 팬덤 말만 듣는 것은 헌법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저출생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는.
"모든 국민이 가장 공통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의제가 저출생이고, 단임제 국가에서 모든 정부가 지킬 수밖에 없도록 하는 방법은 개헌이다. 다음 대선 때까지 국민 80~90%가 공감할 수 있도록 공론화 작업을 하기 위해 연구원도 발족시켰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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