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포겔클라우센 독일 하노버 의대 교수 인터뷰
AI 프로그램으로 1차 판독… 전문의 확인 거쳐 최종판정
1차 판독 오진율 20%로 양호… 폐암 극초기 단계도 잡아내
현장 도입 땐 법 체계 마련을
6월 2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옌스 포겔클라우센 독일 하노버 의대 교수가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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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의료영상 판독 기술은 질환을 진단하는 데 필수적인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를 확실히 경감할 것입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 줄어들면서 전문의들은 더 고도의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6월 2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옌스 포겔클라우센 독일 하노버 의대 교수는 “10년 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곧 만성적인 의사 인력 부족이 문제가 될 것이며 AI가 이 문제 해결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가장 빨리 적용되고 있는 영상의학 분야에서 의사들은 단기적으로는 AI가 분석한 정보를 확인하고 통합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활용해 더 정밀하고 유의미한 의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독일 정부는 국가가 운영하는 폐암 검진 사업에서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데 AI의 필수적인 활용을 독려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폐 결절 유무 등의 질환을 판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저선량흉부컴퓨터단층촬영영상(LDCT)과 관련해 AI 의료영상 판독 프로그램이 1차 판독을 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확인과 보완 작업을 거쳐 최종 판독을 하는 방식이다. 판독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이 사업이 실시되기에 앞서 이뤄진 시범사업 ‘한세 스터디(HANSE study)’에서 AI 영상 판독 기술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이끌었다. 하노버 의대가 이끈 연구팀은 2021년 7월부터 2년간 3500명 이상의 55∼79세 흡연자를 대상으로 폐암 위험성을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했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AI가 폐암 진단을 위한 의료영상 판독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의료영상 판독 과정에서 폐암의 징후를 놓치는 경우는 전체 판독 사례 중 약 10%다. AI가 실시한 1차 판독에선 폐암 사례를 놓치는 경우가 20% 수준이다. 1차 판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 오진율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AI가 1차 판독을 빠르게 진행한 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빠르게 보완하는 방식으로 최종 판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폐암의 전조 증상인 폐결절은 아주 크기가 작으며 확대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AI는 극초기 단계의 징후도 잡아냈다”며 “실제 시범사업에선 조기에 폐결절이 발견돼 적절한 치료를 받아 심각한 폐암으로 진행되지 않은 환자의 사례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의료현장에서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은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아침부터 수백 장의 영상자료를 확인하면서 폐암의 진단 기준인 6mm 크기의 폐결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런 작업은 극도로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 의사들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며 업무 효율을 저하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의 기술은 아직 보완돼야 할 부분도 많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미 유럽 전역에선 독일과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이 임상 현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는 촘촘한 법 체계의 마련을 꼽았다. AI가 관여한 판독에 오진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책임의 소지를 정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독일의 경우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면책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의 디지털화가 독일보다 우수하게 이뤄진 한국은 AI 프로그램 도입이 손쉬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앞서 이 같은 규제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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