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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새벽을 여는 사람들] 동성로의 '책방지기'로 변신한 강사빈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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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책방'을 오마주한 '북카페 반월'… "창업 과정, 힘들지만 행복했다"

'반월야학' '반월구락부' 등 '복합문화공간' 꿈꿔

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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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로동선(夏爐冬扇)', 혹은 'How's(하우즈)'라는 상호를 들어보았는가. 하로동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7년 몇몇 정치인들과 함께 서울 강남지역에 열었던 고깃집이다. 국회 근처 How's는 2020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조합원이 돼 만든 정치·문화 카페다.

강사빈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22대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에 출마하기 위해 활동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곧바로 창업을 준비했다. 2001년생의 정치인이 창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그렇게 '북카페 반월'은 문을 연 지 한달 남짓 지났다.

얼핏 보면 북카페 반월은 하로동선이나 How's를 연상할 수 있지만, 이전 사례들과는 다른 것 같다. 북카페 반월을 방문한 이들은 강 전 대변인이 '작정하고' 창업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성카페'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와도 놀랍지 않을 공간이라서다. 그는 이에 대해 "정치를 위한 사업은 항상 실패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이 완벽하게 '책방지기'로 변신한 강 전 부대변인을 지난 25일 <메트로경제신문> 이 만나봤다.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에 위치한 북카페 반월은 2층은 책과 커피가 함께하는 공간, 3층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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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책방'을 오마주한 '북카페 반월'… "창업 과정, 힘들지만 행복했다"

강사빈 전 부대변인은 "이 지역구(대구 중·남구)에서 정치 활동을 한 것이 4년 가까이 돼 가는데, 그 사이 선거를 두 번 도전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했다. 그 가운데 나온 것이 '동성로 상권 활성화'라는 키워드였다"며 "동성로 상권 활성화를 계속 말을 했었는데, '입으로만' 상권 활성화를 말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뛰어들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창업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카페'라는 업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 전 부대변인은 '책방지기'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평산책방'의 책방지기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강 전 부대변인은 "평산책방을 약간 오마주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책방, 카페 등 예쁘고 세련된 것들, 혹은 정치인이 했을 때 의외거나 신선한 아이템들은 왜 항상 좌파 진영의 전유물인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농사)이나 평산책방 모두 전직 대통령이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이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세련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북카페 반월은 정치서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색도 찾기 힘들다. 대중의 기호에 맞춰 책을 골랐고, 공간을 꾸려서다. 강 전 부대변인은 "정말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언젠가 한번쯤 '여기 주인장이 원래 이 지역에서 정치하는 사람이래'하는 정도만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라며 웃었다.

자신만의 공간을 꾸리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에 창업은 힘들다. 심지어 강 전 부대변인은 전기 배선 등을 빼놓고 전 공사를 '셀프'로 했다. 직접 시멘트를 몇십 자루씩 나르고,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도 칠성시장에 가서 직접 골랐다. 대출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 과정이 행복했다고 한다. 그 공간은 오롯이 강 전 부대변인이 스스로 꾸린 자신의 공간이라서다. 강 전 부대변인은 "리뷰 반응이 좋고, 문을 연 지 한달 만에 네다섯번 방문하는 단골도 생겼다. 그런 분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창업 과정보다 정치 생활 정리가 더 어려웠다고 한다. 강 전 부대변인은 낙천 후 지역사무실에서 짐을 빼고 나왔는데, 보증금을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저 같은 청년에게는 (보증금) 500만원이 큰 돈 아니냐. 그런데 건물주가 우리가 망가뜨리지 않은 것까지 청구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지역에 얼굴이 알려진 청년 정치인이고, 강하게 따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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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야학' '반월구락부' 등 복합문화공간 꿈꿔

강사빈 전 대변인이 생각하는 '상권 활성화'의 요소는 무엇일까. 그는 일단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고자 '디지털 디톡스'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동성로는 중심가였지만, 잠깐 머무르고 갈 뿐이지 체류 시간이 긴 장소는 아니라는 점에서 생각해 낸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점심을 먹고 우리 카페를 와서 ('디지털 디톡스' 공간인 3층에서) 휴대폰 없이 독서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저녁이 되지 않겠나. 그러면 (손님들이) 이 주변에서 저녁을 드시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이런 식으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요인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북카페 반월은 독립출판 서적도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일반 서적은 10%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지만, 독립출판 서적은 정가에 판매하기로 했다.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 고심하는 다른 독립서점들과 가격 경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그리고 이런 곳을 단순히 책을 읽는, 혹은 책을 파는 카페가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강 전 부대변인의 포부다. 카페 휴무일에는 '반월야학'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강연을 열었다. 다양한 분야의 연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최근 강연 주제는 챗GPT였다고 한다.

또 지역의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키우고 싶다고 한다. 실제로 청년 세대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부담없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 그의 구상이 반갑기도 하다.

강 전 부대변인은 "'반월구락부(가칭)'라는 지역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하고, 청년끼리 친해질 수 있는 모임도 만들고 싶다"며 "단순 북카페를 넘어서서 사람들이 모이는 살롱같은 느낌이 되도록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사빈 전 대변인은 동성로에 북카페 반월뿐 아니라 갤러리 사업도 구상 중이다. 그는 유명 프랜차이즈도 철수한 지역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서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야 그 상권을 살렸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동성로 곳곳에 자신의 사업장을 열어, 지나가던 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싶다는 그의 열정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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