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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고마웠어 잘가”…국내 첫 아쿠아리움 39년 만에 ‘굿바이’[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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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플라넷63, 6월 30일자로 영업 종료

자녀·손주들과 손 잡고 방문…“추억 공유”

아쉬움에 제주 등 먼 지역서 ‘오픈런’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김세연 수습기자] “일전에 몇 번 왔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서울까지 찾아왔어요.”

20개월 딸과 함께 제주도에서 서울 여의도 아쿠아플라넷63을 찾았다는 우선혜씨는 “다른 아쿠아리움도 좋아하지만 초등학교 때 처음왔던 이곳에 추억이 많다”며 딸에게도 추억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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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만에 영업을 종료하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아쿠아플라넷63에서 대표 퍼포먼스인 ‘인어공주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세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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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개장한 아쿠아플라넷63이 39년 만에 영업을 종료하는 30일, 수족관은 과거 추억을 회상하는 중장년층부터 데이트를 하는 청년들과 신기한 듯 물고기를 관람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화려한 물고기를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행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수족관을 찾은 한 할아버지는 손주들에게 “이제 언제 볼지 모르는데 잘 봐둬라”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아쿠아플라넷63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퍼포먼스 ‘인어공주 공연’은 평소보다 더 많은 관객들로 붐볐다. 인어공주로 분장한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이 수족관 안을 유영하자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어릴 적부터 아쿠아플라넷63을 자주 찾았다는 이혜리(31)씨는 “어른이 되고 봐서도 재밌고 감동적이었다”며 “어릴 적 기억이 나서 대전에서 이른 아침 표를 끊고 올라왔는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부모·가족들은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9살 아들과 방문한 안영호(49)씨는 “지금 첫째 아이 나이 때 처음 왔던 아쿠아리움이 사라진다고 해 함께 찾았다”며 “아이들은 지금 단순히 물고기를 봐서 좋겠지만 커서 ‘옛날에 가족들이랑 아쿠아리움을 왔구나’ 추억할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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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만에 영업을 종료하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아쿠아플라넷63에서 두 아이가 물범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세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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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플라넷63의 폐장 소식에 먼 지방에서 이른 아침 ‘오픈런’한 이들도 있었다. 충북 진천에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이지현(32)씨는 “딸이 인어공주 공연을 너무 좋아해 이른 아침부터 왔다”며 “90년대생들에게 가장 높았던 건물이 63빌딩이고 그곳의 수족관은 보통 의미가 아니지 않나. 그런 공간이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했다.

이날 아쿠아플라넷63이 문을 닫으면 최대 250여종 3만여마리의 해양생물들은 일산·광교·여수·제주 등의 아쿠아리움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할 예정이다. 떠나는 해양생물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로 ‘오픈런’한 이혜리씨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추억의 장소에서 이런 동물들을 만나 즐거웠다”며 “떠나는 친구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아쿠아플라넷63이 문을 닫는 자리엔 2025년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이 개장될 예정이다. 퐁피두센터는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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