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 심각 단계..."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해 물적 지원제도 마련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소아의료체계의 붕괴로 인해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가 심각 단계 수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을 위한 별도의 응급실 운영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일반 아동 외래환자를 보는 아동병원의 업무 부담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협회, 회장 최용재)는 30일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 아동병원의 업무 과부하 완화를 위해 '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용재 회장은 "아이가 꼭 죽어야 해결책을 만드느냐"며 "법에 기반해 아동병원이 '핀셋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아동병원에 내원한 소아응급환자의 소아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 전원은 무척 어렵다. 협회가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회원병원 117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기간: 27일~29일) 결과 50곳이 응답한 것에 따르면, 구급차로 전원되는 매월 응급환자수를 묻는 질문에 5건 이하라고 답한 경우가 56%였지만 6~10건이 22%, 11~15건이 4%, 16건 이상이 6%로 조사됐다.

한 아동병원은 120건에 달하는 119전원 환자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으며 응답한 전체의 90%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의 대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 한 달간 구급차로 이송받은 환자 중 준중증 이상 환자는 몇몇이냐는 질문에 5건 이하가 52%, 6~10건이 10%로 각각 나타나 응급실이 없는 지역 아동병원이 준중증 응급환자를 보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의료 사고 위험성에 크게 노출돼 있는 환경이다.

구급차로 내원한 중증 환자를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 이송이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72%로 조사됐다. 아동병원이 중증 위급환자를 대학병원 전원 시 한 환자당 연락해 본 병원은 몇 곳이냐는 질문에는 5곳 이하가 90%로 가장 많았다. 6~10곳은 6%였다.

중증 환자 중 지난 한 달간 환자 거주 진료권역을 벗어나 전원되는 비율은 50% 정도였다. 이는 장거리 전원을 의미하며 자칫 골든타임을 넘어가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어 소아중환 이송 및 수용 대책이 절실하고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비율을 보면 5건 이하가 40%, 6~10건이 2%, 20건이 2%였다.

정성관 부회장(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응급 환자 이송이 안될 경우 그 환자에게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진료해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법적 책임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2중고를 겪고 있음은 물론 소아응급환자가 구급차에 의해 내원했을 경우 일반 진료를 전혀 할 수 없어 일반 환자들이 장시간 대기 중 상당수가 불만을 터트리고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래 환자를 보는 중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모든 진료가 중단되는 문제점을 설명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응급 및 중증 치료로 인해 소아과 외래 간호사들의 혼란 및 불만이 가중되고 대기 중인 환자들이 마치 병원이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오인해 환자 보호자들이 아동병원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책적 대책이 마련돼야 소아응급환자도, 아동병원도 최상의 환경에서 최상의 진료와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대한아동병원협회가 30일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창연 부회장(부산 아이사랑병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800명 수준이지만 올해 100여 명으로 정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고, 고연차 전공의가 수료하는 내년 초가 되면 소청과 전공의는 거의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내년부터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며 "올해 안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소송 사건 이후 전공의 지원율 급감과 소청과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 및 의료사고 부담감 증가로 인한 탈소청과화, 초저출산으로 인한 소청과 의료기관의 불투명한 미래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아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아동병원과 소방청과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보건복지부 내에 소아 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과'를 신설하고, '어린이 건강 기본법'을 제정해 법적인 지원 배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일선 소방구조대원의 경우 아동병원 응급환자를 돕고 이송하는 보람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병원에 내원하면 매우 미안해하고, 아동병원 역시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내원으로 당황해 한다"며 소아응급환자 진료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아동병원 내에 추가적인 인적 물적 기반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alebcao@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