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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불법 토토’ 업주 35억 추징금 파기환송… 대법 “입증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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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온라인 불법 도박이 이뤄지는 사설 토토 사이트.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경기남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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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범죄 수익금을 추징할 때는 객관적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실제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을 산출해 추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3일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개장, 도박공간 개설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약 35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 중 추징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나머지 형량 등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A씨는 공범들과 함께 2013년 5월∼2015년 3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2016년 2월까지 중국 선전에서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3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호치민에서 또 다른 사설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과거 2010년부터 유사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별도 기소돼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의 전체 규모를 끝까지 함구했다. A씨와 배우자는 매년 수억원을 생활비와 학자금, 보험료 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범죄 수익 추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3억20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범죄 수익금 관련 수사 내용은 이 사건 범행 기간에 생긴 수익이 아닌 것을 포함하고 있어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A씨에 유리하게 추징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400시간, 35억5000여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검찰 조사에서 ‘직원 급여를 포함해서 경비로 월 1억원 정도가 지출됐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최소한 매달 1억원은 벌어들인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범행 기간인 2013년 5월~2016년 2월, 총 34개월 동안 34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산출했다.

2심은 또 A씨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대략 2억~3억원 정도의 순수익을 벌었다’는 진술 등을 바탕으로, 34개월의 범행 기간 동안 1억5000여만원을 추가로 번 것으로 추산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2심의 계산이 잘못됐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범죄 수익과 실행 경비는 동일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34억원의 추징금이 잘못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자금 출처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진술한 범죄 실행 경비가 바로 범죄 수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법리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수사기관에서의 (월 1억원 지출) 관련 진술은 막연한 추측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1억5000여만원 추징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히 이 사건 범행 기간(2013~2016년)이 전체 범행 기간(2010~2016년)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안분(按分·고르게 나누다)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도박 사이트 운영 기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에서 추징하는 범죄 수익은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는 증명돼야 한다. 대법원은 결국 A씨 등의 추측성 진술과 범행 기간 등을 근거로 추징금을 산정한 원심이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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