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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한국인 다 됐다? 자녀교육 막막"..한국살이 13년 '조선족 엄마'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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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00만 외국인력 시대, 우리 옆 다른 우리 <2회>우리도 한국 '가족'①

[편집자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취업비자 소지자는 92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현재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인구절벽에 처해있고 2025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외국 노동인력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여야할 '현상'이 됐다. 100만 외국노동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가 '우리 옆 다른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올바른 다문화 시대 조성을 위한 고민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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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기 시흥가족센터에서 김순옥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김윤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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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보니 언어만 된다고 생각한 대로 생활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중국 헤이룽장성(흥룡강성)에서 나고 자란 김순옥씨(45세)는 '결혼이민자'다. 경기 시흥시에서 한국인 남편,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는 김씨의 '한국살이'는 어느덧 13년째를 맞이했다.

중국의 한 가구회사에서 근무하던 2009년, 남편과 만나게 됐다는 김씨는 2년 뒤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와 결혼하고 그때부터 쭉 한국에 서 살고 있다. 조선족(동포)이라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던 김씨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듣기, 말하기가 되니 한국에 와도 지금처럼 살면 되겠구나 했다"고 운을 뗀 뒤 "그런데 문화나 생활방식 등이 전부 달랐다"며 "예를 들어 마트에 가더라도 뭘 사야 좋은지, 저렴한지부터 모르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는 자녀 교육에서 막막함을 느꼈다. 김씨는 "교육방식과 가르치는 방식이 중국과 완전히 달라 아이가 모르는 것을 가져와 설명해달라 해도 지식은 갖고 있는데 가르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한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지만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에서 온 분들은 언어부터 막히니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000여명 다문화가족 센터 이용..주민들 지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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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시흥가족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에 참여한 결혼이민자들 /사진=이상봉 기자, 김윤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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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거주하는 시흥시는 전국에서 다문화가족이 많은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군서초등학교는 전교생 중 다문화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70~80%에 달할 정도다.

지역 내 결혼이민자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적도 다양하다. 실제 지난 16일 직접 찾은 시흥가족센터(이하 센터)에는 20여명의 결혼이민자들이 2개 반으로 나눠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김완영 센터 과장은 "수업의 열기가 상당히 뜨겁고 출석률도 높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부모를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 다문화가족 방문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센터는 약 1000여명의 다문화가족이 이용하고 있다. 자녀들을 위해서는 공동육아나눔터나 돌봄서비스, 언어발달지원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추가된 서비스들도 있다. 아침마다 다문화 아이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등교하는 '사랑나눔식당'이 대표적이다. 김 과장은 "지역 상인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매일 30~35명의 아이가 이용하고 있고 메뉴도 다문화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마라탕이나 쌀국수 등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녀교육·취업 '가장 큰 고민'…편견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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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시흥가족센터 한국어 수업에 참여한 결혼이민자가 내용을 필기하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김윤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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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우외이린씨(42세)가 앞서 김씨가 말한 경우에 해당한다. 2010년 중국에서 결혼해 2013년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야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접한 그는 아들이 아팠을 때가 가장 무서웠다고 했다.

우외이린씨는 "병원에 데려가면 의사 선생님과 소통이 안돼 치료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다"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다 보니 그것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과목마다 나오는 전문용어의 중국어와 한국어 명칭이나 개념이 다른 점도 고충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이민자들에게 자녀교육만큼이나 힘든게 '취업'이다. 김씨와 우외이린씨 모두 결혼 전 중국에선 직장이 있었지만 아이를 낳은 뒤 오랜 시간 경력단절이 됐다.

김씨는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채용 면접까지 갔는데 관리자분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니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 능력을) 증명할 수도 없다는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꾸준한 노력을 거친 끝에 김씨는 현재 사회복지사, 우외이린씨는 은평가족센터에서 가정통신문 번역 일을 맡아 하고 있다.

예전보다 줄었다지만 편견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우외이린씨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이 많이 늘긴 했지만 다문화가족과 결혼이민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아직 많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배경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꾸린 인형극단에서 활동 중인 김씨도 공연을 가면 단원들의 생김새 등을 보고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학교 공부 어렵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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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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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국내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장 최신 조사가 담긴 여성가족부의 '2021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다문화가족 자녀 중 만 9~24세는 43.9%로 2018년 조사 대비 8.3%포인트(p) 증가했다. 만 9~24세 중 국내에서만 성장한 비율 역시 10명 중 9명꼴인 90.9%로 2018년(83.8%) 대비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청소년들의 학교 적응은 5점 만점에 4.23점으로 2015년(4.53점)과 2018년(4.33점)에 비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학교공부가 어려워서가 56.2%로 절반 이상이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가 55.4%였다. 외모 차이나 한국어 등 직접적인 다문화 배경 관련 이유를 꼽은 비율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학업성적에 대한 질문에서도 일반 청소년들과 비교했을 때 보통(55.2%)이라고 응답하거나 못하는 편 또는 매우 못한다는 응답(9.6%)이 각각 6.4%p와 3.2%p씩 높았다. 반면 우수한 편이라는 응답은 35.3%로 13%p 낮았다. 사교육 참여율도 67.1%로 청소년 일반(77.8%)보다 눈에 띄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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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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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의 고용률도 60.8%로 국민 일반보다 1.6%p 낮은 수준이다. 직종 분포에선 단순노무 종사자가 32.4%로 가장 많고, 서비스 종사자 17.9%,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 12.7% 등이었다. 사무직, 전문직 종사자는 일반 국민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었다. 구직 경로는 모국인 친구나 아는 사람의 소개가 28.3%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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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경기)=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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