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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어대한’ 단언 못 한다?…여론조사에 안 잡히는 당원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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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상 ‘국힘 지지층’과 ‘국힘 당원’은 다른 집단

80% 비율로 반영되는 당원 투표 판세 짐작할 수 없어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당권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50%를 넘는 지지를 받아 상대 후보들을 더블 스코어로 따돌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여론조사만 보면 한 후보가 당권을 손쉽게 차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80%,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여론조사를 20% 비율로 반영해 치러지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여론조사에 포착되지 않는 당원들의 의중이 승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판세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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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는 28일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 중 한국갤럽은 국민의힘이 당대표 경선에 반영하는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대상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서 한 후보는 38%의 지지를 받아 다른 후보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다.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5%로 동률이었고, 윤상현 후보의 지지율은 4%로 집계됐다. 28%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조사에선 한 후보의 우세는 더욱 공고해진다. 한국갤럽은 한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55%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원 후보 19%, 나 후보 14%, 윤 후보 3% 순이었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9%였다.

같은 날 발표된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 후보는 59.3%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원 후보 15.5%, 나 후보 12.6%, 윤 후보 5.9% 순이었다. 6.7%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여론 조사상의 ‘국민의힘 지지층’과 ‘국민의힘 당원’은 다른 집단이기 때문에, 80% 비율로 반영되는 당원 투표 판세는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의 함정은 당원 투표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스타 정치인이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까지 이슈의 중심에 섰던 한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전대의 경우에도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김기현 전 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으나, 김 전 대표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 후보) 후보’ 등으로 주목받자 급상승한 바 있다.

한국갤럽 측도 “관건은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운 당원 선거인단의 표심”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은 “2023년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원 선거인단은 약 84만명으로 알려졌는데, 전국 유권자(2024년 4월 기준 4428만명)의 2%를 밑도는 규모”라며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무작위 추출했을 때 표집되는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은 20명 안팎이며, 이는 분석 가능한 인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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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토론’을 띄운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의 행보에 정치권 관심이 쏠린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경북(TK)에 당원의 40%가량이 쏠려 있는데, 해당 지역 광역자치단체장인 홍 시장과 이 지사의 메시지가 TK 당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전날 한 후보를 향해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키기 위해 망나니 칼날을 휘둘렀다”고 했고,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정쟁, 정치 공격용으로 추진하는 것을 모르고, (특검을) 덜렁 받는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후보는 다른 당권 주자들과 달리 홍 시장, 이 지사와 면담도 하지 못했다.

세계일보

이철우 경북도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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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의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의 지지율(38%)이 과반에 미달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결선투표에서 비한동훈 주자들이 연대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서 나, 원, 윤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34%였다. 다른 당 관계자는 “나 후보와 원 후보가 연대할 경우 당원들에게 미칠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까봐야 아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1.8%다.

에이스리서치 조사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지난 25∼26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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