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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인터뷰]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 5000억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 “AI 반도체 맞춤형 설계 플랫폼으로 글로벌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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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전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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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43) 세미파이브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유학길에 올랐다. 2013년 반도체 설계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반도체 기업이 아닌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었다. 조 대표는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영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으며 산업 전반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BCG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경영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조 대표는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응용처에 탑재되는 ‘맞춤형 반도체’ 시장의 부상을 예견했다. 그는 “AI가 보편화된 시대가 도래하며 이를 구동하기 위한 반도체의 형태가 맞춤형으로 다변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반도체를 개발하기까지 과도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돼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이 아니면 시장에 뛰어들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하우스 모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 2019년 디자인 플랫폼 회사인 ‘세미파이브’를 창업했다. 통상 팹리스가 반도체의 컴퓨터 연산 처리 구조를 짜면, 디자인하우스는 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양산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설계 도면으로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 세미파이브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팹리스가 더욱 빠르게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에 최적화된 자체 설계자산(IP)과 설계 자동화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조 대표는 “세미파이브는 팹리스 고객사가 개발하고자 하는 AI 반도체에 필요한 IP를 직접 개발해 제공한다”며 “IP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팹리스가 필요한 IP를 바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해 AI 반도체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50% 이상 단축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반도체 설계가 레고 블록을 처음부터 조립하는 과정이라면, 세미파이브는 일종의 레고 블록 뭉치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세미파이브의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산과 신한투자증권, SV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는 250여명으로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주요 고객사로는 국내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와 모빌린트, 리벨리온 등이 있다. 지난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협업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HPC 시스템온칩(SoC)플랫폼을 상용화했다. 올해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모빌린트와 협력해 개발한 AI 반도체 ‘에리스(ARIES)’ 양산에 돌입한다.

세미파이브는 지난해 매출 708억원, 영업손실 42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고객사의 반도체 양산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개발 물량으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조 대표는 “올해는 해외 진출 뿐만 아니라 개발이 완료되는 4㎚ 칩들이 수익성에 일조할 것”이라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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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가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 세미파이브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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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디자인하우스가 아닌 ‘디자인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데.

“과거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에서 설계를 해오면, 이를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하는 일만 했다. 세미파이브는 고객사가 특정 목적에 맞는 AI 반도체 개발을 원하면, 기존 개발 사례에서 검증된 IP 등이 담긴 디자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개발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준다.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가 개발된 후 세미파이브는 이를 사용 목적에 최적화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한다. 이전에는 팹리스에서 이 같은 과정을 진행해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됐다. 세미파이브에는 기존 디자인하우스와 달리 반도체가 개발되자마자 성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팀이 따로 있다.”

—맞춤형 AI 반도체에 주력하게 된 배경은.

“AI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가전 등 AI가 곳곳에 쓰이게 되면 이에 맞는 AI 반도체의 형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AI 반도체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을 효율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주력하는 디자인 플랫폼 기업을 창업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창업 당시 AI 반도체 스타트업 열풍이 불었다. 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는 전략을 취했고, 지금은 동반 성장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은.

“올해부터는 여러 기능을 갖춘 반도체를 결합해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칩렛 기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칩렛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을 필요에 따라 결합하기에 빠른 설계와 제작이 가능하다.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다양한 AI 응용처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미파이브도 칩렛과 관련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I 가속기에 탑재돼 데이터 흐름을 관리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칩렛의 초기 모델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고, 내년 초에는 실제 칩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 강국인 대만과 비교해 경쟁력은.

“대만 기업들은 업력이 길기 때문에 확보하고 있는 설계 레퍼런스와 고객·파운드리와의 협업 구조, 비즈니스 모델, 설계자산(IP) 생태계 등이 정돈돼 있다. 수많은 자원들을 반도체 공정에 맞춰서 배분해 각각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맞춤형 AI 반도체 시대가 도래하며 디자인하우스들이 세미파이브와 같은 디자인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AI 반도체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개발 레퍼런스가 누적되면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하우스가 대형 팹리스를 유치하고, 파운드리가 고품질 반도체를 생산하는 구조가 구축되면 우리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올해 목표는.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올 1분기에 목표치를 상회한 성과를 냈다. 양산 및 개발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4㎚ 공정으로 개발이 완료되는 칩들이 있다. 고성능 반도체도 개발할 것이다. 중견 팹리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업도 지속하고 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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