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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클라우드’ 돕는 트레이너…‘AI’까지 넘본다 [천억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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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베스핀글로벌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의 중요성은 수백 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모두 자신만의 데이터 저장·처리 시설을 갖고 싶어 한다. 문제는 비용 부담. 충분한 자금 여력을 갖춘 빅테크와 달리 대부분 기업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이에 활용되는 게 클라우드다. 구독형 서비스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비교적 저렴한 값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 빅테크가 구축한 서버 기능을 빌려 쓸 수 있다. 다만 처음 접하는 빅테크 시설을 자사 사업에 맞춰 최적화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지점을 파고든 국내 클라우드 스타트업이 있다. 베스핀글로벌이다.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중에서도 MSP(Managed Service Provider)에 속한다. 쉽게 비유하면 AWS와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 CSP(Cloud Service Provide)는 헬스장이다. 운동 공간과 기구를 제공한다. 하지만 운동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헬스를 처음 접하는 ‘헬린이’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때 효율적인 운동법과 올바른 자세를 알려주는 개인 트레이너가 있다. 클라우드 시장에선 이를 MSP라고 부른다.

매경이코노미

베스핀글로벌이 임직원 대상 데이터 교육 행사를 진행 중이다. (베스핀글로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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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8년 만에 매출 4000억원

‘한 우물’ 파며 MSP 전문 발돋움

베스핀글로벌은 2015년 12월 설립됐다. MSP 부문 국내 경쟁사로 평가받는 메가존클라우드와 디딤365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누구보다 빠르다. 창업 8년 만에 연간 매출 4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은 4058억원. 전년(3352억원)과 비교하면 21% 증가했다. 어느새 매출만 놓고 보면 국내 MSP 2위 업체다.

빠른 성장 뒤에는 베스핀글로벌의 ‘MSP 한 우물’ 전략이 있다. 경쟁사가 IT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으로 눈을 돌릴 때 베스핀글로벌은 MSP에만 집중했다. 동시에 MSP 전문 인력 확보에 주력했다. 실력이 뛰어난 경력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설립 초기부터 신입 사원을 ‘숙련가’로 양성하는 자체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현재 전체 직원 1400여명 가운데 900명 이상이 클라우드와 솔루션 관련 기술직이다.

수백 명의 전문 인력은 고스란히 베스핀글로벌 경쟁력이 됐다. 전문 인력이 늘자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사업 초기 MSP 서비스 대상을 AWS 이용 고객사에 한정했다면, 최근에는 MS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알리바바 클라우드, 텐센트 클라우드 등으로 서비스 대상을 넓혔다. 베스핀글로벌 측은 “이 역시 충분한 전문 인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베스핀글로벌 내 AWS 자격증 보유 인력만 600여명이고 MS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알리바바 클라우드 등을 더하면 베스핀글로벌 직원이 갖고 있는 자격증만 총 1000여개 이상이다. 이에 고객사도 빠르게 늘었다. 2018년 190여곳이던 고객사 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5000곳을 돌파했다.

베스핀글로벌의 넥스트 스텝은 해외 시장이다. 미국과 중동을 주요 해외 거점 지역으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 법인(Bespin Global U.S)은 설립 2년 만에 회사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법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573억원에 달한다. 전년(298억원) 대비 92.2% 증가했다.

중동 지역 공략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동 지역은 클라우드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시장조사기관 블루웨이브컨설팅에 따르면 2020년 26억달러 수준이던 중동 클라우드 시장은 2027년 98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만 21% 수준. 다만 중동 시장은 여전한 ‘폐쇄성’ 탓에 현지 기업 협업이 필수라는 게 클라우드 업계 평가다. 이에 베스핀글로벌은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 1위 통신 사업자 이앤(e&)그룹의 시스템 통합 자회사 이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클라우드 합작법인 ‘베스핀글로벌MEA-이앤엔터프라이즈컴퍼니’를 설립했다. 이를 거점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파키스탄 등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낮은 마진율로 ‘적자’ 고민

AI 영역 확장해 매출 확대

잘나가는 베스핀글로벌이지만 고민은 있다. 수년째 이어지는 적자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57억원, 171억원. 수년간 적자가 쌓여 지난해 12월 기준 결손금은 1646억원까지 불어났다.

베스핀글로벌 적자 배경은 MSP 사업 마진율 때문이다. MSP는 CSP 서비스를 들여와 고객사에 적용한다. 발생 매출의 약 92~93%를 CSP에 넘기고 남는 7~8%만 MSP 매출로 인식한다. 일종의 ‘리세일(Resale)’ 방식 수익 구조다. 문제는 최근 빅테크 입김이 강해지고 MSP 경쟁이 치열해져 수수료가 5% 미만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 워낙 수수료가 적다 보니 서비스 구축에 들어간 인건비 등을 빼면 적자가 발생한다. 실제 지난해 베스핀글로벌의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은 403억원 흑자였다. 하지만 판매관리비(560억원)를 빼자 15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실적으로 빅테크와 협상해 마진율을 높이기란 쉽지 않다. 결국 MSP 혹은 신사업 매출을 늘려 흑자를 내야 한다. 베스핀글로벌이 지난해 AI MSP 신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AI MSP는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AI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돕는 서비스다.

성과도 확실하다. 현재까지 100여건의 AI MSP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문의는 200여건 이상 몰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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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흑자 목표…IPO 모든 가능성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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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MSP 시장 내 베스핀글로벌 강점은.

A. 전문 인력 풀을 강점으로 꼽고 싶다. 현재 총 직원이 1400명 정도인데, 이 중 클라우드와 솔루션 관련 기술직만 900명 이상이다. 이 중 아마존웹서비스(AWS)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만 600명이다. 또 내부에서는 ‘멀티 클라우드 인재’라고 부르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 다른 CSP 자격증을 동시 보유한 전문가도 상당수다. 설립 초기부터 사내 교육 조직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한 게 지금의 인력 풀로 이어졌다고 본다. 지금도 입사 직무와 상관없이 클라우드 자격증 시험을 원할 경우 지원해준다. 최근에는 데이터 전문 인력 양성 중인데, 자랑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스노우플레이크 ‘코어’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만 30명이 넘는다. 국내에서 가장 많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상위 5위권에 속하는 결과다. 코어는 데이터 가공·분석 역량을 평가하는 글로벌 자격증이다.

Q. 중동 공략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 지역에 오피스를 두고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중동을 시작으로 튀르키예나 아프리카, 파키스탄 지역 등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게 목표다. 200여명 직원이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미 고객사도 확보했다. 중동 최대 서점 자리르와 두바이에 본사를 둔 아랍에미리트 국영 정유회사 아드녹, 에녹 등이다. 최근에는 두바이 상공회의소와 중동 최대 그룹사 중 한 곳인 부카티르그룹, 중동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두비카즈와도 협업 중이다.

Q. AI MSP 시작 배경이 궁금하다.

A. 베스핀글로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AI는 클라우드와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베스핀글로벌은 설립 이후 수많은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데이터 관리 경험과 역량을 쌓아왔다. 또 개인적으로 지난해와 올해, AI를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지난해는 AI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면, 올해는 기업이 본격적으로 AI를 서비스에 도입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사업적으로 봤을 때 이를 놓치기 아까웠다.

Q. 올해 목표가 있다면.

A. 수익성 개선과 연간 흑자전환이다. 어느 정도 기대감은 있는 상태다. 매년 매출액이 크게 늘고 있고 자연스레 적자폭은 줄고 있다. 미국 법인 등 해외 MSP 서비스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태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 조정 에비타(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만 보면 흑자였다. 기업공개(IPO)도 계획 중이다. 현시점에서 구체적 계획을 밝히는 건 어렵지만 수익성 개선과 사업 계획 등 내실을 다지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절한 시점에 IPO를 추진할 방침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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