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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유튜브 추천 뜨던 '부자 습관 7가지', 제발 그만…[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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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추천대로 보던 유튜브.SNS 영상 소비
10분에 126개씩 넘겨, "내가 뭘 봤지" 무의미한 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알고리즘' 바꿔보니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세상이 처음 불편해졌지요. 직접 체험해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며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가장자리가 보이도록 힘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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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하는 사람들의 습관 O가지. 그런 콘텐츠가 참 많이 떴다. 누군가의 자기 성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생각하면 매일의 삶도 충분히 애쓰고 있단 걸 알기에. 또 이런 조언 없이도 자기 압박을 많이 하고 있기에. 영상에서 계속 이걸 보는 게 힘듦이었다. 그런데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비슷한 걸 추천했다. 이런 내 생각을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사진=유튜브 채널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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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소파에 누웠다.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에 들어갔다.

이내 알고리즘 추천 영상이 떴다. 별로였다. 엄지를 위로 쓸어올려 다음 걸로 넘겼다. 잠깐 보다가 또 넘겼다. 무제한으로 이어졌다.

아무 생각 없었다. 보통 그리 보던 거였다. 눈길이 가면 멈추고, 그렇지 않으면 넘길 뿐. 취향에 맞는 것도 있었지만, 왜 뜨는지 모를 게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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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도 왜 떴는지 모르겠지만, 칼을 들고 자해하려는 남성의 영상이 알고리즘 추천에 떴었다. 이걸 오래 보면, 비슷한 영상이 더 많이 추천에 뜬다. 그게 내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까./사진=유튜브 채널 캡쳐


'알고리즘'. 말 그대로 자동으로 추천해주던 영상들. 친절히 내 취향에 맞춰주는.

마흔을 넘기며 불안이 늘었다. 더 잘해야 한단 압박. 그래서인지 최근 알고리즘이 부단히 띄우던 것들은 '자기 성장'과 관련한 게 많았다. 더 달라져야 한단 채찍질이다.

예컨대 '30살에 10억 모은 4가지 방법'. 내용은 이랬다. 소비 최대한 줄여라, 책 읽는 습관 들여라, 아침형 인간이 되라, 자기 일을 사랑해라, 반복해서 노력해라.

서른에 10억이나 모았다고? 난 얼마를 모았지. 마음을 할퀴고 가는 뭔가 있었다. 암묵적인 메시지. 너도 이리 살아야 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여기 달린 '좋아요' 개수를 봐라, 이게 성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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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어떠해야 성공한다는 당위성. 그런 영상 콘텐츠들이 참 많고, 대다수는 저도 모르게 귀 기울여 보게 되며, 그러지 못한 나를 자책하게 될 때가 많다. 돈을 잘 버는 게, 잘 사는 삶의 기준일 필요는 없지만./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캡쳐


그만 보고픈데 계속해서 비슷한 게 떴다. 알고리즘은, 잠깐 보인 관심도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강남 100억 건물 사려면 얼마 필요함?', '부자 되는 습관 7가지' 같은 영상이 또 떴을 때, 엄지손가락을 눌러 멈췄다.

하단에 '관심 없음'이란 선택지가 있어 그걸 눌렀다. '향후 이와 유사한 게시물이 적게 표시됩니다'란 안내가 나왔다.

바야흐로 SNS(인스타그램, 틱톡)와 유튜브에서의 '알고리즘 세탁'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10분간 126개'…뭘 보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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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릴스에 보이던, 알고리즘 추천 영상들. 다 보고 나면 뭘 본 건지 생각이 잘 안 났다. 어떤 루트로, 어떻게 떴는지도 SNS 영업비밀이기에 알려주지 않는다. 사용자가 본 것에 따라 뜬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뿐. 그렇지만 이걸 다 바란 게 아니다./사진=남형도 기자 SNS 화면 캡쳐


우선 알아차려야 했다.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게 뭘 추천하고 있는지. 매일 무의식적으로 보던 게 뭐였는지.

10분 동안 뜬 영상을 하나씩 넘기며, 기록해봤다. 제목만 보면 이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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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기 아주 좋은 고연봉 실수령액표./사진=실은 이 표에는 끼기도 힘들어 광광 눈물 짓는 남형도 기자


30살에 10억 모은 4가지 방법.

하버드 75년 연구로 밝혀진, 성공하는 아이들의 집안 환경.

90년대 최고 청춘 드라마.

어깨가 커지는 운동법.

외국 집 영상과 풍경.

타이거 우즈 닮은꼴 몰카.

가장 많이 하락한 20평대 아파트.

산사태에 휩쓸려간 강아지.

대한민국 최애 아파트 순위.

덩치 커 보이려면 이 운동 해 봐.

내 돈 없이 건물 사는 법.

모르는 사람이 준 음식 함부로 먹지 말아라.

집사가 임신한 걸 알게 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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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을 길게 누르면 '관심 없음'을 누를 수 있다. 내가 알고리즘에서 어떤 걸 볼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고./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캡쳐


크게 보면 동물, 자기계발, 부동산, 운동. 그리고 알 수 없이 추천에 뜬 영상들. 이걸 반복해서 보고 있었다. 몇 초에서 몇십 초 정도로 길이도 다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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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뜨는 릴스 영상 중 하나. 범죄 위험 관련해 CCTV로 보여주는. 예방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심리적으로 불안이 증폭되기도 한다./사진=인스타그램 릴스 캡쳐


10분간 몇 편을 보는지 세어봤다. 총 126편이었다. 다 보고 나서 뭘 봤는지 떠올려봤다. 기억나는 게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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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역시 알고리즘에 뜬 영상./사진=그런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라고 외치는 남형도 기자


SNS와 유튜브 사용 시간은 내 기준 하루 평균 1시간 38분. 알고리즘이 이끄는 영상 릴레이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잠깐의 웃음, 자극, 정보. 혹은 시간 죽이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러웠으나 한 가지는 깨달았다. 이대로 소비하는 건 별로란 걸.


2.6분마다 어린이에게 자살 충동 콘텐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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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선호하는 SNS./그래픽=이지혜


그게 실제로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단 기사가, 세계 각 나라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영국 등 17개국에서 10~19세 여성 평균 자살률은 2003년 3명에서, 2020년 3.5명으로 늘었다. 미국과 영국에선 SNS 인스타그램 출시 이후 10대 여성 우울증·자살이 늘어난 걸로 나타났다(이코노미스트).

틱톡은 39초마다 청소년에게 신체 이미지와, 정신 건강에 대한 동영상을 추천하고 있다. 틱톡 알고리즘이 2.6분 이내에 어린이에게 자살 충동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단 연구 결과도 나왔다. 청소년에게는 8분 이내에 섭식 장애 콘텐츠가 추천됐다(디지털 혐오 대응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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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유해한 콘텐츠가 사용자의 섭식장애와 자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기사./사진=디지털혐오대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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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플랫폼에 시선을 몰입하도록 초점을 맞추기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국제앰네스티).

SNS 알고리즘 방식은, 사람들의 외로움, 통제력 부족 등 취약한 부분을 노린다. 젊은이들은 자해나 극단주의 같은 주제를 접하며, 마치 오락처럼 느낄 수 있다(가디언).


알고리즘 좋게 바꿔보자는…LG전자의 '영상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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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만든 29개의 영상 플레이리스트. 단지 '좋은 것'만 고민한 게 아니라, SNS 사용자들이 실제 이걸 재밌게 보고, 자연스레 스며들었으면 싶어서, 글로벌 각국의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제작했다. 기존에 안 해봤던 방식이라 노력이 몇 배 이상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런 방법을 선택한 건, 보여주기식이 아닌 이로 인해 좋은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싶은 '진정성'./사진=LG전자


하루 평균 8시간 소비. 디지털도 우리 삶의 '공간'으로 본다면, 여기서도 좋았으면 싶다고.

LG가 지난해부터 강조하던 'Life's Good(좋은 삶)' 캠페인이 이리 확장됐다.

으레 알고리즘이 주는 대로 보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해서' 더 좋게 만들 수 있단 생각. 거기서부터였다. 최중호 LG전자 브랜드플랫폼팀 책임(글로벌 캠페인 크리에이티브 총괄)이 말했다.

'SNS를 미소로 채우다(Optimism your feed)'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 평온한 저녁 하늘이 유화처럼 펼쳐져 마음이 평온해진다./사진=LG전자"SNS가 10대 청소년에게 미치는 정신 건강, 그게 미국을 중심으로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요. 5대 SNS 수장들이 청문회에 다 불려 갔고요. 브랜드들이 SNS를 커머스 공간으로 활용하지만, 적극적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할 수 있다' 생각하고 고민했지요."

'SNS를 미소로 채우다(Optimism your feed)'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 햇볕을 쬐며 기지개를 켜는 프레리독. '좋아요'가 5만이 넘었다./사진=LG전자이를 구체화하는 건 쉽잖았다. 지난해 말부터 반년 넘게 전문가들 도움도 많이 받고, 자문하고, 조사했다. LG가 뭘 할 수 있는지, 좋은 건 뭐라 규정할지, 얼마나 봐야 바꿀 수 있을지.

'SNS를 미소로 채우다(Optimism your feed)'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 수박을 연결해 청량하게 음악을 연주하는 인플루언서./사진=LG전자29개 영상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었다. 이른바 'SNS를 미소로 채우다(Optimism your feed)' 캠페인이다. 이를 지난달 29일 유튜브, 틱톡 등에 공개했다. 반응이 좋았다.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 가장 좋은 광고 전략입니다', '이 아이디어를 사랑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조회수가 3주 만에 12억 건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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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2편에 나온 '믹스 테이프'. 좋아하는 노래들만 엄선해 녹음하던 것처럼, 누군가는 알고리즘에 순응하지 않고, 그걸 바꾸려 이리 애쓰기도 했다고./사진=가디언스오브갤럭시 영화


그 옛날, 테이프로 녹음해 베스트 앨범을 만들던 시절. 좋아하는 노래를 차곡차곡 넣어 '믹스테이프'로 만든 것처럼. 들을 사람을 생각하며, 끝까지 볼 수 있게 구성을 섬세하게 짰다. 유머와 동기부여, 시청각적으로 즐거운 콘텐츠 등을 두루 고민했다.


일주일간 알고리즘 깨기…싫었던 게 사라졌다

'SNS를 미소로 채우다(Optimism your feed)'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 오리가 걷는 모습은 맨 처음 나오는데, 구성 순서도 다 세심히 고민했다. 끝까지 볼 수 있도록./사진=LG전자찌든 알고리즘을 세탁하고 싶었다. 뽀송뽀송 세제를 넣듯, 'LG 플레이리스트'를 반복해서 돌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흰 오리 두 마리가 풀밭 위를 뒤뚱뒤뚱 걷고, 분홍색 옷을 입은 노부부가 함께 춤을 추고, 프레리독이 기지개를 켜고, 강아지들이 낙엽으로 뛰어들고. 실제 각국의 인플루언서들이 제작하게 해, SNS에 깊이 스며들 수 있게 했다. 그게 좋은 콘텐츠를 늘릴 수 있도록. 김소슬 LG전자 브랜드플랫폼팀 선임(소셜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이 인상 깊게 본 플레이리스트를 말했다.

'SNS를 미소로 채우다(Optimism your feed)'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 서걱서걱 낙엽 더미에 숭 달려드는 강아지. 멍 때리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사진=LG전자"KoySUN이란 사람이 아팠는데 생강차를 다 먹어서 상자를 밖에 버려뒀어요. 어머니가 그걸 보고 새로 사놓았다고. 그게 진짜 사랑인 것 같다. 가까운 공간에서 LG가 좋은 삶을 어떻게 얘기하나 봤을 때, 진정성이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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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29개 영상이랄까. 한 개인의 플레이리스트(왼쪽)와 LG 플레이리스트(오른쪽)를 각각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을 비교한 화면. 개인 플레이리스트는 '중립(회색)'과 '슬픔(파란색)'이 많은 반면, LG 플레이리스트를 봤을 땐 '행복(초록색)' 비중이 컸다. 이를 반복해서 본다면./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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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구체적으로 더해본 건 이랬다. 일단 '알고리즘 추천 영상'이 뜰 때, 잠시 화면을 눌러 멈췄다. 휙휙 지나가게 하지 않았다.제목을 보고 '이게 내가 보고 싶은 게 진정 맞는지' 생각했다. 고민했다.

그 결과,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는 '관심 없음' 표시를 계속 눌렀다. 추천에 띄우지 말라는 의사 표시를 계속하는 거였다. 반대로, 추천 영상에서 좋은 게 보이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까지 달며 체류 시간을 늘렸다.

여긴 내 '공간'이라고. 편히 주어지는 대로 휘둘리진 않겠다고. 내 의지로 섬세하게 결정할 거라고. 그리 선택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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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탓인진 모르겠으나, 일주일간 노력을 거쳐 '추천 영상'들이 많이 바뀌었다. 동물이 조금 많아지긴 했지만./사진=계속 알고리즘을 바꿔나갈 예정인 남형도 기자


일주일 뒤엔, 보기 싫었던 추천 영상들이 꽤 많이 사라졌다. 100%는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건 하자는 담대한 낙관. 이혜영 LG전자 PR팀장이 말했다.

"저희가 제공하는 건 일종의 마중물이에요. '이건 이러한 문제가 있어'라고 알리며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거지요. 변화를 이끌려면 사용자 스스로 '내가 이걸 건강하게 이용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해요. 나쁜 음식을 그동안 많이 먹었다면, 오늘은 나가서 좀 걸어야겠어, 그런 생각과 행동이지요."


김경일 인지심리학자 "AI가 건드리기 쉬운 건, 선호도가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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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없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관심 없음'을 누르면 더 뜨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사진=기사 써도 1조원 벌 수 없단 걸 잘 아는 남형도 기자


이리 주체적으로, 알고리즘을 보다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해답을 찾고 싶었다.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얘길 들었다.

"AI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과, AI를 부리는 사람. 두 부류로 갈려요. 후자는 새로운 질문을 하면서, AI가 못하는 대답을 찾아가지요.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콘텐츠가, 그만의 독특한 측면을 못 맞추기 때문에요.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대로 보는 사람은 선호도가 없는 사람이에요."

자기만의 철학까진 아녀도, 자기 판단 체계가 명확하면 AI가 건드리기 힘들단 설명이었다. AI가 시키는 걸 넘어서면, 역으로 AI가 사람을 만들기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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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배움'에 맞추면, 그만큼 돈을 안 들이고 학습하기 좋은 수단이 없다"고 했다. 중국, 석유, 공룡. 이런 주제들을 반복해 찾으면서 알고리즘에 심어주는 것. 그래서 성장감을 느끼면 인간이 절대로 비관적일 수 없다고. 유튜브를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팁을 알려주었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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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편리한 시대에, AI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목적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이유가 있다, 뭔가를 하면 이렇게 될 거야, 그런 게 수준 높은 목적의식이에요. 다양한 목적을 만들어내는 사회에선 절대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당연하게도요."

에필로그(epilogue).

좋은 영상이란 게 참 주관적이라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매 순간 다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상'은 뭘까 곰곰이 생각했다.

맘이 따뜻해지는 영상이 필요했다. 작은 마음과 다정함으로 세상이 연결되는 느낌을 주는. 다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세상을 지탱해줄 만한, 회의로 가득하더라도 다 그렇진 않단 희망을 줄 수 있는 무언가.

기준을 세워두니 보고픈 것그렇지 않은 게 보였다. 알고리즘 영상이 물밀듯 밀려와도 잠기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 뭉클한 영상이 떴다. 막내 여동생이 암 치료를 잘 받고 돌아왔을 때, 언니와 오빠가 꼭 안아주며 엉엉 우는 모습이었다.

모처럼 마음에 꼭 맞는 거여서,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남기고 저장해두었다. 앞으로 더 많이 뜰 수 있도록. 내 작은 의지로 인하여.


※ 알고리즘을 바꾸는 플레이리스트를 개발한 LG전자 브랜드플랫폼팀 상세 인터뷰와, SNS와 행복의 상관 관계에 대한 김경일 인지심리학자 인터뷰는 다음주 중 각각 별도 기사로 나갈 예정입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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