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나경원 “당 어려울 때 뒤로 숨은 적 없다… 선당후사 십자가 질 사람은 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與 당대표 후보 인터뷰] [3]

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61) 후보는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지난 22년간 당이 어려울 때마다 뒤로 숨지 않았다”며 “이번 당대표만큼은 자기 정치를 내려놓고 당을 먼저 살리는 십자가를 져야 하는데 그걸 할 사람은 나경원밖에 없다”고 했다.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는 정치 경험이 없어 미숙한데 대통령과 신뢰가 깨졌고, 원희룡 후보는 일부 친윤과 손을 잡고 힘을 과시하는데 둘 다 위험하다”며 “이미 계파 싸움이 심해져 두 사람 중 한 명이 대표가 되면 당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전날 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는 나 후보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조선일보사 인터뷰룸에서 1시간 인터뷰를 한 뒤 당원 간담회를 하기 위해 곧바로 대구로 갔다. 아래는 일문일답.

-21대 총선 낙선 후 22대 국회에서 복귀했다.

“사람이 한 번쯤 큰 패배를 해보면 더 커질 수 있는 것 같다. 패배 경험 후 나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 4년간 국민 삶의 애환을 더 느끼고 경험했다.”

-국민의힘의 최다선(5선) 여성 의원이 됐는데.

“22년 동안 한 번도 당을 떠나지 않았고 당과 국가를 위한 길이라면 뒤로 숨지 않았다. 2019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때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무기력한 당을 깨웠다. 조국 전 장관을 사퇴시키기 위해 투쟁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힘이 어마어마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당원과 국민은 국민의힘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당을 위기에서 구해본 내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3월 당대표 선거 때는 당 주류로부터 압박을 받아 불출마했는데.

“정치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 억울했다. 우리 정치에서 다시는 있어선 안 될 일이었고 이번 총선 패배에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그걸 약으로 써야지 복수심을 가지면 내게 독이 될 거라 생각해 민심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나를 더 깊게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운하지 않았나.

“인간적 서운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1년간 입을 닫았다. 입을 열면 대통령과 싸우는 사람으로 보이겠더라. 사적 감정과 공적 이익은 구별해야 한다.”

-총선 이후 대통령과 식사했나.

“총선 다음 날 바로 전화를 주셔서 자연스럽게 한 번 뵀다.”

-대통령이 미안한 마음을 전했나.

“적당히 생각해 달라.”

-당대표 출마 결심이 늦어졌는데.

“이번 당대표는 헌신과 희생의 십자가 정신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후보들은 자기 정치를 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줄 서는 정치’가 시작됐다. 나를 내려놓고 무기력한 당을 깨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결심하고 시작했다.”

-원희룡·한동훈 후보는 당대표 자리를 대선 디딤돌로 여긴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 사람은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고 하고, 한 사람은 대통령을 팔고 있다. 역량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계파 분열을 심하게 만들고 있다.”

-2027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내 사심을 내려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든 대선 주자들이 공정하게 뛸 수 있는 튼튼한 당을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윤심’이 다른 후보에게 있다고 보나.

“원희룡 후보가 일부 친윤과 손을 잡은 건 사실이라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은 특별히 어느 후보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친윤의 연대 제안이 있었는데 이를 거부한 건가.

“계파 정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원 후보가 한 달 전에 ‘나는 출마 안 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나왔다. 여러 기획이 있었던 것 같다. 일부 친윤은 ‘한동훈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 아닌가.”

조선일보

나경원 후보. /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나경원이어야 하나.

“MB(이명박) 정부가 어려웠던 게 친박 세력이 당내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MB 정부가 뭘 할 때마다 친박의 재가를 받아야 했다.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는데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내에 ‘친한’이 자리 잡게 되면서 윤 정부는 한 걸음도 못 나갈 것이다. 원 후보가 돼도 배제의 정치를 하게 돼서 우리 당이 제 역할을 못할 것이다. 대통령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대전제는 내가 누구보다도 확고하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줄 알았는데 마음이 변하는 분들을 보면, 마지막까지 대통령을 지키고 배신의 정치를 안 할 사람은 나경원이라고 생각한다.”

-원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은 없나.

“정치는 생물이지만 지금 그런 고려는 안 한다.”

-출마 선언에서 한 후보를 ‘미숙하고 책임지지 않는 정치’라고 비판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 패배 후 본인이 살려고 걸어온 과정을 보면 염치없다고 느꼈지 않나. 크든 작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은 가볍지 않다. 정치를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당에 무슨 기구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의 역량을 가동할 수 없었다.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가장 깊다고 하니 우리가 대통령을 설득 못 하는 것을 대신 해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관계가 변하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 자신을 대통령보다 앞에 두는 정치를 하면 우리 당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데.

“대통령이 패배하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맞서는 방식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다. 대통령을 바꾸려면 무한한 신뢰 관계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세력을 업으려는 사람이나 공개 충돌을 하는 사람은 대통령을 바꿀 수 없다.”

-2021년 당대표 선거 때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24%포인트 졌지만, 당원 투표에선 4%포인트 이겼는데.

“당심은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와는 굉장히 달랐다. 당원들은 당의 미래에 대해 한 단계 더 깊은 고민을 해주신다고 생각한다.”

-당대표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보수의 뿌리를 튼튼히 하지 않고는 수도권·청년·중도도 없다. 당의 주인을 자꾸 외부에서 수혈하는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이 없어졌다. 보수 정체성이 들어가도록 당명을 바꿀 것이다.”

나 후보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은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이 격려해주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견제보다 응원해주는 분위기란 뜻이었다. 그는 202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냐고 묻자 “그때 가서 보자. 그때 ‘당신밖에 없다’며 당원들이 나한테 대선 나가라고 할지도 모르는데”라며 웃었다.



☞나경원

1963년생으로 서울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 부산지법 판사로 임용돼 7년간 근무했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17·18·19·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1대 총선 때 서울 동작을에서 낙선했으나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선 승리해 5선 의원이 됐다. 2018년엔 국민의힘 계열 정당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자유한국당)에 선출됐다. 20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한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지냈다.

[박국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