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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산업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정부는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 진단과 경제 현장에서 들려오는 상황과는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칫 경도된 경기 진단으로 정책 방향 전환을 위한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출에 가려진 내수 침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투자와 소비 부진이 최근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4년 정도 높은 이자율이 누적되는 효과로 소비(지표)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기업도 투자 부담이 늘어나며 경제를 누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누적된 요인이 이번에 산업생산과 투자, 소비가 일제히 추락하는 트리플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개선에 힘입어 생산 지표가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장비 생산이 1년 사이 18% 쪼그라들었다는 사실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예측하기 어려운 각종 요인에 의해 생산 지표가 크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생산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지표인 투자와 소비도 쉽게 올라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는 감소율이 높은 만큼 세제 혜택 등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으면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내수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금리가 지목된다. 수출을 중심으로 모처럼 살아나고 있던 경기가 지나친 내수 위축으로 그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통화당국이 경기가 아예 꺾여버리지 않게 기준금리 인하 신호라도 보내줄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늘고 있다. 최근 물가가 크게 안정되면서 통화정책 변화를 위한 조건은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도 비슷한 배경에서다.
실제로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소비·투자는 전부 한 달 전보다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생산은 기저효과로 마이너스를 보였으나 괜찮은 흐름"이라면서도 "지출(소비·투자)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뜻 보면 생산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험 요소도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다. 자동차 생산은 전월보다 3.1% 감소했다. 레저용 차량(RV)과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포함한 완성차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는 어렵다. 전기차 캐즘 위기에 직면한 배터리 업계가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퀸크리크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하며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총 7조2000억원을 투입해 원통형 배터리 36기가와트시(GWh), ESS LFP 배터리 17GWh 규모로 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투자 부진은 배터리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국내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서 시장 자체가 더 이상 성장하기보다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투자를 우선순위로 두면서다.
설비 투자의 전월 대비 증감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5.8% 감소한 뒤 2월엔 9.6% 증가했다. 하지만 3월 6.2% 감소로 돌아섰고, 4월에 0.3%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 4.1%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을 포함해 전반적인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경향도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와 미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도 악화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하락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월(-1.0포인트) 이래 48개월 만에 가장 컸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이에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포함한 내수 회복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내수는 수출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디다"면서 "소상공인 등 내수 취약 부문을 집중 지원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회복에 최우선으로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기준금리 인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라앉은 내수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매 판매와 설비 투자가 최근 계속 하락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고금리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 3분기부터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도 계속해서 긴축적인 정책을 쓴다는 것은 문제"라며 "재정을 쓸 돈이 없으니 긴축적인 기조를 돌아가게 되면 민생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희조 기자 / 추동훈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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