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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오늘 이란 대선···개혁파 돌풍? 결국 하메네이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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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하루 전 보수 후보 2명 사퇴

보수파 2명, 개혁파 1명 각축전 예상

투표율 관건…과반 득표자 없으면 결선행

경향신문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진 28일(현지시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수도 테헤란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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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의 후임을 뽑기 위한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투표가 28일(현지시간) 시작됐다.

헌법수호위원회의 출마 승인을 받은 6명 후보 가운데 2명이 투표일 전날 사퇴하면서 4명의 후보가 경쟁한다. 최근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강경보수 성향 2명, 온건개혁 성향 1명 등 세 후보가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대선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전국 각지에 마련된 5만8640개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유권자 수는 약 6100만명이다. 투표 마감 시간은 오후 10시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선거 전날 지지율이 비교적 저조했던 후보 2명이 차례로 사임하며 후보는 4명이 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 가운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사이드 잘릴리 전 핵 협상 수석대표, 보건부 장관을 지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의원 3인의 접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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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이란 시민들이 대통령선거 후보자 벽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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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초반부터 유력 후보로 꼽혀온 갈리바프(63)는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 출신의 강경 보수파다.

갈리바프는 1999년과 2003년 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에게 실탄 사격을 명령하는 등 강경 진압했던 인물이다. 2005년부터 12년간 테헤란 시장을 지냈고, 대선에는 3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2017년 세 번째 대선 도전 때는 보수파의 표 분산을 막기 위해 라이시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다.

또 다른 강경보수 후보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이디 잘릴리 전 외무차관(59)이 있다. 잘릴리 역시 2013년 대선에 도전했다가 3위에 그쳤고, 2021년 대선에선 라이시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다.

잘릴리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싸우다 오른쪽 다리를 잃어 이란 내에서 ‘살아 있는 순교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외교관 출신으로 이란 핵 협상 수석 대표를 지냈다. 그러나 이란이 핵프로그램에 대해 더 이상 서방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강경한 입장이다. 주로 농촌 지역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심장외과 의사 출신으로 이란 보건부 장관을 지낸 페제시키안(69)은 이번 선거에서 출마가 허용된 유일한 개혁파 후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의 일방적인 파기로 끝난 핵 합의 복원 등 서방과의 협상 및 관계개선을 주장한다. 하메네이는 그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은 채 ‘친서방 후보’를 지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페제시키안은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법과 이에 대한 도덕경찰 단속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여성 유권자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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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중앙시장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카메라를 향해 ‘V’ 표시를 그려보이며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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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에서 페제시키안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며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란 전문가들은 대체로 보수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다. 투표율이 관건으로, 투표율이 높을수록 페제시키안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최근 몇 년간 이란의 주요 선거에서 투표율은 지속해서 하락해 왔다. 2013년 대선 당시 76%였던 투표율은 2017년 70%, 2021년 49%로 곤두박질쳤고, 가장 최근 치러진 지난 3월 총선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인 41%를 기록했다.

정부의 히잡 시위 탄압과 만성적인 경제난 등 민심이 정부에 등을 돌릴수록 투표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현재 투옥 중인 이란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등 일부 정부 비판 진영은 이번 선거의 ‘보이콧’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내달 5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수 있는데, 이 경우 페제시키안이 결선에 진출하더라도 보수표 결집으로 최종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란 역사상 결선 투표가 열린 것은 2005년 대선 단 한 차례뿐이었다.


☞ ‘살얼음판’ 중동 정세 속 이란 대선···‘강경 일색’ 대외정책 미칠 영향은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6261708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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