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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망하게 해줄까" 공무원 갑질 피해 업주, 구청장 첫 대면… "실망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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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징계 대신 고발하자 만남 요청
구청장 "술 버릴 수도… 오해한 듯"
"장사 하다보면 더한 손님 있을 것"
업주 "징계 의사 밝힐 줄 알았다"
한국일보

지난 7일 대구 한 치킨집에서 남성이 고의로 맥주를 바닥에 쏟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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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청 공무원 2명이 치킨집 주인에게 '갑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 만에 류규하 중구청장과 피해 업주의 만남이 성사됐다. 그러나 피해 업주는 구청장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28일 중구청과 피해 업주 A씨에 따르면 전날 A씨는 구청을 찾아가 류 구청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엔 황의란 감사팀장 등 2명이 배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장, 요점 흐려… 맥주 버린 것에만 집중"


치킨집 갑질 의혹을 감사해 온 구청은 그간 피해 업주 측에 접촉 시도를 하지 않았다. 류 구청장은 개인적으로 업주를 만나기 위해 예고 없이 치킨집을 찾아갔으나 휴업으로 인해 만남이 불발됐다고 한다. 이날 만남은 구청이 1차 감사를 마무리한 뒤 자체 징계는 미루고 경찰에 고발한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구청에 직접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가해 공무원 2명에 대한 징계 및 처벌을 요구해 왔던 피해 업주는 이날 만남에 크게 실망했다. 업주 A씨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확실하게 징계를 내리겠다거나 직원이 잘못했다거나 저를 위로하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으나, 그런 게 딱히 없었다"며 "중요한 건 맥주를 버린 뒤에 발생한 일(폭언 등 갑질)인데, 구청장은 (해당) 공무원이 맥주를 바닥에 부은 행위에 대해서만 주로 얘기를 했다. 요점을 흐리는 듯한 반응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대구 중구청 공무원 2명이 지난 7일 한 치킨집에서 업주 배우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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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구청장도 본보 통화에서 "(해당 공무원이) 술이 약하니까 마시는 척하고 버렸다고 한다"며 맥주를 버린 행위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그는 "연세 드신 분이 하는 가게는 '술을 못 마셔서 버리는구나' 했을 텐데 여긴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 사이에선 술을 못 마신다는 말을 못해 술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공무원 말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업주, 가게 접기로… 구청장 "별거 아닐 수도"


A씨는 이번 일에 충격을 받아 폐업을 결정했다. 면담 자리에서도 영업 의사가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 임시 휴업 중인 A씨 부부는 치킨집이 팔릴 때까지만 장사를 한 뒤 자영업을 완전히 포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들은 류 구청장은 "장사를 더 하다보면 이보다 더한 손님도 있을 텐데 왜 장사를 그만두려 하냐"며 "처음이라서 그럴 텐데, 별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에 대해 "저희한텐 별 게 아닌 일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힘든 심경을 드러냈다.

중구청 공무원 2명은 지난 7일 관할 지역의 한 치킨집을 방문해 일부러 맥주를 쏟고 업주에게 폭언하는 등 갑질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업주에 따르면 이들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 주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냐"며 협박했다.

이 같은 내용이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류 구청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른 모든 행정적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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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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