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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탄핵 위기' 방통위원장의 '기습'...MBC 이사 공모 시작에 "도둑 심의" 민주당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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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탄핵안 발의 직후 회의 기습 공지
MBC·KBS·EBS 이사 선임계획안 의결
이달 28일~7월 11일까지 이사 공모
'정부 비판 보도' MBC 이사회 재편이 핵심
민주당·언론노조 "권력 나팔수 만들려 해"
한국일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등 5개 야당은 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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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KBS, MBC, EBS의 새 이사진 공모 절차를 기습적으로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방송 3법’과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 등을 통해 정부·여당 중심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막으려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사진 선임 절차를 밟으려는 것이다. 야당은 “공영방송 전체를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홍일 “이사진 임명 절차 못 늦춘다“

한국일보

방통위는 5인 체제 합의제기구지만 김홍일(가운데)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이 28일 경기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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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28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청사 방통위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방송공사(KBS), 방송문화진흥회(MBC),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임원 선임 계획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5인 체제 합의제 기구이지만 야당 추천 위원이 공석이어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인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명만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MBC가 이 부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으나 방통위는 각하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날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를 공모한다. EBS 이사는 다음 달 12~25일 공모한다. 김 위원장은 '기습 의결'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회의에서 "방문진 이사와 감사 임기가 오는 8월 12일에 종료된다"며 "선임 절차에 최소한 4, 5주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임명 절차를 늦출 수 없어 부득이 선임계획안을 처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당은 방통위 2인 의결은 위법성이 있다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방문진 이사진은 8월 12일, KBS 이사진은 8월 31일, EBS 이사진은 9월 14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날 의결은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방통위 전체회의는 통상 수요일에 열리지만 방통위는 야당이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27일 늦은 오후에 전체회의를 공지했다. 야당의 계획대로 다음 달 3, 4일쯤 탄핵안이 가결되면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돼 이사 선임 절차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날 급히 의결했다는 해석이 많다. 방통위는 25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을 아직 만들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야당 중심인 MBC 이사회 재편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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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부터 해임된 남영진(왼쪽 세 번 째) 전 KBS 이사장 등이 지난해 9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남 전 이사장,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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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는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MBC가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KBS의 남영진 이사장 등 민주당이 추천한 이사들을 해임해 KBS 이사회를 정부·여당 중심으로 재편했지만, 방문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천한 인사가 다수다. 방통위가 지난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지만 법원이 해임 처분 효력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현 방문진 이사회 임기가 종료되면 정부가 정부·여당 중심으로 새 이사진을 구성하고, 이사회가 MBC 경영진을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 민주당은 국회가 독점했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학계·언론단체 등에도 부여하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당장 오는 8월 방문진 이사 구성에 적용된다. 방송3법은 다음 주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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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실에서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강조하며 김홍일 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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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방통위 의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과천정부청사 민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불법 2인 심의'를 당장 멈추고 국민의 부름인 탄핵소추와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또 전국언론노조 등으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정부청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아래 대한민국 공영방송 전체를 무릎 꿇려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불법이 명백한 2인 체제 아래 자행되는 공영방송 이사 교체는 원천 무효"라고 규탄했다.

김 위원장이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한 후 새 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 구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역시 탄핵안 통과 전 자진 사퇴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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