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로이터=뉴스1) 임여익 기자 = 17일(현지시간) 테헤란 거리의 이란 대선 후보 포스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4.06.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테헤란 로이터=뉴스1) 임여익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8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가 열린다.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뒤 1개월여 만에 개최되는 보궐선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당초 6명이었던 후보 중 2명이 물러났다. 강경파가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AP는 분석했다.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이 트럼프에 맞설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란 권력 1순위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의식한 당연한 전략이자 서방 제재로 만성화된 경제난의 트라우마가 있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란 현지 언론은 대체로 핵 협상가 사이드 잘릴리, 혁명수비대 출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개혁파 의사 마수드 페제슈키안 등 세 후보간 경쟁이 예상된다고 봤다. 나머지 한 후보는 미국이 '악명높은 인권 유린자'라는 별명을 붙인 성직자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다. 국회의장으로 후보 중 서열이 가장 높고, 젊었을 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공군사령관 출신이라는 점도 유권자들에게 호감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수도 테헤란의 시장도 역임했다. 그는 "신의 없는 트럼프 같은 적을 상대할 때는 치밀해야 한다"며 핵 합의를 복원하고 제재를 푸는 것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대통령이 적기에 결단하지 못하면 "이란을 트럼프에 팔아넘기거나 이란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강경노선으로 나아갈 것을 예고했다.
(테헤란 로이터=뉴스1) 임여익 기자 = 2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대통령 후보 마수드 페제스키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6.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테헤란 로이터=뉴스1) 임여익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참전용사 출신 강경파 외교관인 사이드 잘릴리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는 2013년과 2021년 대선에 출마한 경험도 있다. 잘리리는 2021년 대선에서 라이시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하차했다. 과거 핵 담당 고위 협상가로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협상을 벌인 경험을 내세워 만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된다면 자신이 협상 적임자가 될 수있다고 선거 캠페인을 내세웠다.
심장전문의 출신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후보 중 개혁파로 분류된다. 그는 녹색운동을 벌였고, 여성과 청소년, 소수민족 등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동안 페제시키안의 당선 가능성은 가장 낮게 점쳐졌다.
하지만 그는 히잡 법 논쟁에 불을 지펴 새로운 변수를 만들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는 여성의 히잡 복장을 단속하는 이란의 '도덕경찰'에 대해 "더 부도덕하다"고 비난했다. 또 선거유세장에선 "복장을 갖추지 않은 소녀에게 죄가 있다면, 그런 소녀에 한 행동은 100배 더 큰 죄다"며 "우리 종교 어디에도 옷으로 처벌하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페제시키안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자, 다른 후보들도 히잡법을 폭력이 아닌 완화된 방식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등의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테헤란 로이터=뉴스1) 임여익 기자 = 지난 2022년 9월 21일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이란인들이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거찰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종교) 경찰'에 잡혔다 사망한 여성으로 이슬람 보수 권위주의에 맞섰던 '히잡 시위'의 상징 인물이다. 히잡시위가 오는 28일 치러지는 이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24.06.24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 /사진=(테헤란 로이터=뉴스1) 임여익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지난 2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페제시키안 지지율이 선두(24.4%)에 오른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이드 잘릴리(핵협상)후보는24.0%,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국회의장) 후보는14.7%로 뒤를 이었다. 결선 투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민심은 서방 제재로 만성화된 경제난을 해결하고, 히잡 미착용 단속으로 불거진 여성 인권을 신장할 후보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대선 투표는 오전 8시부터 밤10시까지며 유권자 수는 6100만명이다. 일일이 손으로 개표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는 30일쯤 발표될 전망이다.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결과 발표 뒤 첫 번째 금요일인 7월 5일 상위 1·2위 득표 후보의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