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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황승연의 타임캡슐] 가덕도신공항 멸치 말리는 '문재인 공항'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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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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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선거용 공약

2021년 2월 2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가덕도를 직접 방문하여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의 “숙원이 하루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며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서면 24시간 하늘길이 열리고, 하늘길과 바닷길, 육지길이 만나 세계적 물류 허브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이때는 여성보좌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하여 보궐선거가 발생하였고 선거가 채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민의힘 당에서는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원해주기 위한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에서는 1년 전부터 잡힌 일정이었으며,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선거를 치르려니 반대할 수 없다는 의견과 졸속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의견으로 크게 갈렸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소관부서인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그리고 법무부는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와 28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공사비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으로 이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전해철 행안부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경남지사, 울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처리했다. 이 특별법은 신공항 건설기간 단축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들을 면제할 수 있는 특혜 조항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지역 선거를 위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등장했고 부산은 가덕도신공항이라는 거대한 늪으로 빠져들었다. 오로지 선거판을 흔들어보겠다는 하나의 목표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바른말을 하면 시장도 국회의원도 날아갈 판이었다. 대통령의 심복 장관인 국토교통부장관도 결국 경질되었다.

국회의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가결된 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되돌릴 수 없는 국책사업이 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 강조했다. 신공항을 건설하는 데 총사업비가 얼마나 들지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었다. 안전한 공항을 건설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공항건설 때 환경에 미칠 영향도 사전분석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왜 김해신공항이 아니고 가덕도신공항이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국토부가 ‘역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속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는 ‘가덕공항 보고’ 문건에서 가덕도신공항을 기술적 측면에서 문제 삼았고, 공항건설을 위해 무리해서 만들어야 하는 특별법에 대해서는 법적·절차적 이유를 들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부산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부와 여당의 꼼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그러한 내용이다. 국토부는 “국제선만 외곽으로 이전했던 도쿄, 몬트리올 등 공항들도 운영 실패로 결국 통합 운영으로 전환했다”며 국제선만 가덕도신공항에 유치하고 국내선 기능은 기존의 김해공항이 수행한다는 부산시의 계획을 비판했다. 공사 과정에 대해서도 가덕도가 방파제가 없는 외해에 위치해 해상매립공사만 6년 이상의 난공사가 예상된다고 했고, 입지에 대해서도 영남권 대부분 지역에서 김해공항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2016년 사전타당성을 통해 가덕도신공항의 문제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 수용 시 공무원으로서의 국가공무원법 56조에 의한 성실 의무 위반 우려가 있다”고도 말했다.

국회가 통과시킨 가덕도신공항건설특별법에 의해 법률 31개가 무력화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올마이티(Almighty, 전지전능한) 법이라고 평가했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마도 이런 법은 우리 헌정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을 것이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대통령의 가덕도 행을 보면서 가슴이 뛰는 게 아니라 ‘이 나라가 나라답게 가고 있나’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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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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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미궁에 빠지고 있다. 지난 6월 5일 공항 부지 조성공사 입찰에서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아서 유찰되었는데 24일에 있었던 2차 입찰에는 한 곳만 입찰 신청서를 제출하여 2개 이상의 컨소시엄이 참가해야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또 유찰되었다. 이번 입찰은 총공사비 13조5000억원 규모의 공사 중 78%인 부지 조성공사 10조5000억원의 공사에 대한 것이다. 두 번 유찰되면 공사를 원하는 업체와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는 있다. 최근 건설 경기의 침체로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일단 공사를 따고 보자는 심정으로 회사의 미래를 희생시키면서 건설을 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이렇게 되면 몇 세대에 걸쳐 후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 될 것이다. 누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1차에서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없자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설득했다 한다. 그래서 입찰에 응한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지어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지어지더라도 원만한 운영이 될까? 어차피 제대로 된 공항이 되기 어려운 마당에 공항이 지어진다면 공항건설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사람의 이름을 붙여서 두고두고 후손들이 잊지 않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무모한 결정이 후손들을 얼마나 고통에 신음하게 하는지 책임을 느끼게 해야 한다. 모두 이를 두고두고 기억해야한다. 이름하여 ‘문재인공항’.

시작도 하기 전에 반쪽 공항 얘기가 나온다. 활주로 1본으로는 폭증하는 여객과 화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제 2활주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에 다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활주로 폭을 45m에서 60m로 확장하지 않으면 운영이 힘들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 접근 도로망을 확충하고 공항 이외의 시설인 화물터미널과 공항 주변에 대한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은 국제선 공항이므로 국내선 항공과 연결하기 위해 김해공항과 연계 도로도 필요하다. 예산은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처음 7~8조 원으로 시작했던 공사비는 당시 국토교통부에서 28조원을 제시했다. 그 후에 적당히 13조5000억원으로 조정하더니 추가 계획이 마구 발표된다. 이 공사가 과연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시작되더라도 마무리가 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무모한 시작에 이어, 이를 이어받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달리는 말에서 내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무모함에 박수를 친 사람들은 부산시민이다. 그들의 후손이 얼마나 고통받을지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부산이 3류 도시로 추락하게 될 것이 눈에 선하다.

실패를 예약한 프로젝트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0년 개통하면 2시간 30분에 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비용이 크게 증가하여 2030년 이후에나 1단계공사가 완공된다고 예상한다. 캘리포니아는 이러한 계획 실패로 세금이 가장 많은 연방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높은 세금 때문에 많은 기업과 부자가 텍사스 주로 이주한다는 뉴스를 자주 듣는다. 최근에 <프로젝트 설계자(How big Things Get Done)>라는 번역본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인 벤트 플루비야 교수와 댄 가드너는 “예산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이상인 메가 프로젝트는 99.5%가 실패한다”고 했다. 136개국 20개 분야에서 수집한 1만6000개의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였다. 비용과 일정에서 계획 당시의 목표를 달성한 것은 8.5%이고 기대를 충족한 프로젝트는 0.5%라 했다. 가덕도신공항은 저자들이 메가 프로젝트라고 정한 기준의 열배가 넘는 규모이다. 거론되는 추가 공사를 포함하면 예산의 2~3배가 훨씬 넘을 것이 예상된다. 규모가 클수록 실패의 확률은 높아진다.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실패할 확률이 적어도 20~30배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사 입찰 과정에서부터 실패나 마찬가지다. 공사에 입찰한 회사가 없다가 정부의 설득 끝에 한 팀만 응해서 또 유찰되고 드디어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실패에 대비하여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할 것인가 흥미진지하게 지켜보게 된다.

플루비야 교수는 “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 수행단계로 넘어가면 모두 행복해진다”고 했다. “무작정 시작하고 보자는 것은 실패로 향하는 지름길”이라고도 했다. 기획 단계에서 간과했던 문제들이 나타나면서 이 문제들을 ‘땜빵’하려고 서두르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 해법은 “세밀하고 철저한 사전분석”이라 했다. 그러나 국회가 통과시킨 가덕도신공항건설특별법은 법률 31개가 무력화된다며 비판받은 그런 법이었다. 목적도 시기도 계획도 모두 부실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올바로 될 리가 있겠는가? 이 프로젝트가 실패로 드러난 몇 십년 후, 당사자는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에 반드시 이름을 붙여야 한다. 예를 들면 ‘문제인공항'이다. 사람들은 전남에 무안공항이 만들어졌을 때 흔히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렇다면 문재인공항에서는 멸치나 말려야 할까? 수십조원이 들어간 공항에서 말린 그 멸치는 한 마리당 참치 한 마리 값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
아주경제=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l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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