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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野, 김홍일 탄핵 발의…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교체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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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론 채택… 왜 밀어붙이나

조선일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다. 정원이 5명인 방통위에서 2명만으로 주요 결정을 내린 것이 위법이라는 이유다. 민주당은 그동안 비공개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다가 이날 전격적으로 탄핵을 공식화했다. 정치권에선 “친야 성향인 현 MBC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교체 작업을 늦추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방통위는 이날 “28일 방문진 이사 선임 건을 심의·의결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2인 체제’ 방통위에서 의결이 이뤄지는 건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2~4일 대정부 질문을 위한 본회의가 열리는데, 국회법에 따라 2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보고되면 24시간이 경과된 4일 본회의 때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직자 탄핵소추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 찬성(대통령만 3분의 2)이어서, 민주당만으로도 가능하다.

당초 이날 의총은 ‘정책 의원총회’로, 소득세법 등 법안을 논의해 당론으로 확정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그런데 의총 현장에서 돌연 탄핵안까지 안건으로 올려 당론으로 정한 것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반대 의견은 전혀 없었다”며 “곧바로 박수와 함께 ‘잘했다’는 의견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고 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2인, 국회가 추천하는 3인 등 위원 5인(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다. 그러나 현재는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등 대통령이 임명한 2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야당은 이를 막기 위해 방통위 의결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도 당론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2인 체제하에서 YTN 지분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 방통위법상 의결정족수가 2인이기 때문에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진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라는 게 방통위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게 한 책임은 결격 사유가 있는 위원을 추천한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무슨 말 했기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뒷줄 왼쪽 둘째) 전 대표와 추미애(뒷줄 맨 왼쪽)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 총회를 열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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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김 위원장 탄핵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구조를 바꾸는 ‘방송 3법’과 공영방송 이사 임기 종료 문제가 걸려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송 3법은 KBS·MBC·EBS 이사진을 늘리고 학회와 직능단체 등에 추천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여권에선 “방송 3법이 시행되면 공영방송 이사 구성에 야권 입김이 강해진다”고 보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임기는 8월 12일에 종료되며 KBS는 8월 31일, EBS는 9월 14일 이사 임기가 끝난다. 민주당은 방문진 등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방송 3법을 처리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다.

방통위는 27일 홈페이지에 “28일 오전 10시 ‘KBS, 방문진, EBS 임원 선임 계획에 관한 건’을 심의·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현행법대로 이사를 선임하면 이사진이 친여 성향으로 재편될 것이고, 방송 3법을 통과시켜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방통위는 ‘식물’ 상태가 돼 공영방송 이사 교체 작업도 미뤄진다.

여권에선 김 위원장이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원장을 새로 임명하고 청문회 등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헌재의 탄핵 심리 기간보다는 훨씬 짧다. 앞서 민주당에 탄핵당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재의 기각 결정이 나오기까지 7개월간 직무가 정지됐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동관 전 위원장이 사퇴하고 한 달 만에 취임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는 “김 위원장이 사퇴하는 건 방통위가 위법하게 운영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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