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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K팝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 일본도 뉴진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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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년 11개월 만에… 도쿄돔 공연 전석 매진

조선일보

26·27일 데뷔 후 첫 도쿄돔 입성 공연으로 이틀간 9만여 관객을 모은 걸그룹 뉴진스. 왼쪽부터 멤버 혜인(16), 다니엘(19), 해린(18), 하니(20), 민지(20).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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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갓 미 루킹 포 어텐션(You got me looking for attention)~”

2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 걸그룹 ‘뉴진스’ 멤버 5명이 2022년 데뷔곡 ‘어텐션’을 부르며 등장하자 한껏 부푼 풍선이 한 번에 터지듯 5만 관객의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뉴진스는 데뷔한 지 불과 1년 11개월 만에 도쿄돔 무대에 섰다. K팝 사상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이다.

뉴진스는 26일부터 이틀간 도쿄돔 공연으로 9만여 관객을 모았다. 도쿄돔은 일본 최고 스타들도 서기 쉽지 않은 꿈의 무대. 홀(1500~1만석 미만), 아레나(1만~3만석) 공연장을 거쳐 마침내 도쿄돔에 입성했다는 성장 서사가 일본 스타들의 상징처럼 꼽힌다. 우리나라는 2007년 5월 가수 비가 K팝 최초로 도쿄돔에 입성했고, 이후 한류 열풍과 함께 K팝 스타들의 도쿄돔 입성 기록은 꾸준히 단축돼 왔다. 뉴진스는 데뷔 1년 11개월, 일본 데뷔로는 음반 ‘Supernatural’ 기준 5일 만에 도쿄돔에 입성했다. 스포니치, 산케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은 멤버들의 사진을 전면에 실은 ‘뉴진스 특별판’으로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우여곡절을 거친 기록이었다. 뉴진스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소속사 어도어의 대표이자 전담 프로듀서인 민희진씨와 모회사 하이브 간 갈등에 휘말려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공연 직전에는 멤버 혜인이 발목 부상을 입었고, 게임 배틀그라운드와 멤버들의 협업 콘텐츠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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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도쿄도 시부야 뉴진스 팝업스토어에 몰린 인파. 오전 9시부터 입장 대기줄이 인근 요요기공원까지 늘어섰다. /I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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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30분간 이어진 뉴진스의 도쿄돔 무대에선 그간의 악재를 떠올리기 힘들었다. ‘Ditto’ ‘Hype Boy’ ‘OMG’ 등 한일 양국 차트를 휩쓴 히트곡 16곡이 라이브 밴드 편곡으로 쏟아졌고, 뉴진스 팬클럽 버니즈(Bunnies)의 상징인 토끼 모양 야광봉 불빛이 1·2층과 그라운드 구조의 도쿄돔을 가득 메웠다.

초대 공연자 면면도 화려했다. 뉴진스의 히트곡들을 쓴 프로듀서 ‘250′이 감미로운 디제잉으로 공연 문을 열었다. 일본 대표 밴드 ‘킹 누’의 베이시스트 아라이 가즈키가 콘서트 연주를 맡았고, 인기 그룹 요아소비, 가수 겸 배우 리나 사와야마 등이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홍콩 배우 양조위가 관객으로 다녀간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객석에선 “마지(진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화룡점정은 멤버들이 자작곡과 일본 가수들 노래로 꾸린 6곡의 솔로 무대였다. 멤버 하니가 1980년대 일본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대표곡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를 부를 땐 전 객석이 홀린듯 “어이! 어이!”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고, 이날 공연 순서를 통틀어 가장 우렁찬 환호성을 더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선 “쇼와 시대 전설들을 현재의 대세 그룹이 생생히 재현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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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가요계에선 뉴진스의 빠른 도쿄돔 입성 비결로 “대중성을 높인 곡으로 한류 팬층의 외연을 넓힌 결과”를 꼽는다. 지난해 일본에선 “나도 뉴진스 팬”이라고 고백하는 중년 남성들, 일명 ‘뉴진스 오지상(아저씨)’이 화제였다. 프로듀서 도쿠리키 모토히코는 “거의 영어 노래로 들리는 뉴진스 곡의 만듦새가 K팝을 듣지 않던 일본 남성층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뉴진스는 일본 청년층이 K팝 굿즈(상품)를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4차 한류’ 현상의 중추 그룹이다. 지난 21일 TV아사히 음악 방송 ‘뮤직스테이션(엠스테)’는 뉴진스가 출연하자 “일본 젊은 층 사이 Y2K(2000년대 전후 패션)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진스가 무라카미 다카시, 히로시 후지와라 등 일본 문화계 거장들과 연 시부야 라인프렌즈 스퀘어 팝업스토어는 이른 오전부터 몰려든 600여 명의 인파가 인근 요요기공원까지 긴 대기줄을 만들었다.

27일 도쿄돔에서 만난 일본인 관객 쓰요시(50)씨는 “나도 ‘뉴진스 오지상’이다. 뉴진스는 기존 K팝과 다르다. 노래도 춤도 우마이(훌륭하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일본인 관객 준(30)씨는 “뉴진스의 음악은 일본인들에게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좋다”고 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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