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통화 모두 약세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가치 19개월만 최저
中위안화 약세 지속…7거래일째 평가절하
유럽서 극우 부상·中 경기 침체 부담 작용
100달러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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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통화는 19개월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원화 등 9개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아시아달러 인덱스는 전장 대비 0.1% 하락한 89.98로, 2022년 11월 3일(89.09)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남미 국가의 통화 가치도 급락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멕시코 페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9.0% 떨어지면서 신흥시장에서 가장 약한 흐름을 보였다. 콜롬비아(-6.3%), 브라질(-6.3%), 칠레(-5.3%)가 바로 뒤를 이었다.
유럽 국가들의 통화를 보면 지난 한 달간 헝가리(-4.8%), 폴란드(-3.0%), 체코(-2.4%) 등에서 약한 흐름을 보였다. ING 은행 전략가들은 이날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중부와 동부 유럽, 신흥시장 전체의 상황이 전날 다시 악화했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 지역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 탓이다. 프랑스와 유럽의회 등에서 극우파가 득세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연합(EU)의 정치·경제적 연대가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유로화는 약세, 달러는 강세 기조가 거세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재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69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 달간 1.46% 떨어진 수준이다.(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전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106.07로 지난 4월 16일 기록한 연고점인 106.26에 근접했다. 달러인덱스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05선을 넘어서며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음에도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의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 등 미국의 고금리 기조 우려가 세계 통화를 짓누르고 있다. 냇얼라이언스증권의 앤드류 브레너 국제 채권 책임자는 “결국 모든 게 연준 때문”이라며,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단기물 금리를 매우 높게 유지해 그 결과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화 강세를 비롯해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위안화 약세도 부담이다. 위안화 환율이 7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7거래일 연속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했다. 2023년 6월 이후 가장 긴 연속 평가절하다. 이는 강달러 영향 탓이지만,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모두 자국 통화의 약세를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4월 과감한 개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후 루피아화를 매입했으며,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중앙은행도 잇따라 구두 개입을 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싱가포르 OCBC은행의 크리스토퍼 웡 외환 전략가는 “미국의 장기 고금리 환경이 아시아 통화에 대한 회복 기대감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제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가 다시 시작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더 강력한 개입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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