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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헬스장 화장실서 용변만 봤다"…성범죄자 몰린 남성 '경찰 녹취'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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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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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한 남성이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경찰과 나눈 대화 녹취를 공개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찰은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성폭행범으로 오해받았다는 남성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경기 동탄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 씨는 이날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을 찾았다가 성폭행범으로 몰렸다. 경찰은 여자 화장실에서 누군가 자신을 훔쳐봤다는 여성의 신고가 접수됐고 용의자로 A 씨가 특정됐다고 전했다.

A 씨는 "헬스장 가려고 집에서 나왔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와서는 '아, 찾았네. OOO 씨 맞죠?' 묻더라. '경찰인데요. 혹시 어제 헬스장 가셨죠?' 해서 갔다고 하니까 신고가 접수됐다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사기꾼인가?' 했는데 공무원증 보여주더라. 무언가 잘못됐다는 게 느껴져서 그때부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얘기 좀 하자길래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경찰이) 어제 17시경에 여자 화장실에서 누가 칸막이 문을 두드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더라. 인상착의 살펴보니 나로 특정됐다고. 당연히 난 안 했고 모르는 일이라 당황스러워서 아니라고 했는데 경찰이 무시하고 일단 들어보라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분증 촬영하고 전화번호 가져갔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면서 시간 조율은 자기네가 할 테니 나중에 연락한대. 그때 우리 엄마가 아파트 밖으로 나와서 나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손짓해서 도움 청했는데 경찰이 부모냐고 묻더라. 맞다고 하고 엄마한테 상황 설명하려는데 경찰이 '다 말씀드려도 돼?' 이랬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내가 말하고 있으니까 경찰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로 도망갔다.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다고 했는데도 나중에 하자더라"고 했다.

A 씨는 CCTV를 확인하기 위해 관리사무실로 향했지만 그곳에 이미 와 있던 경찰은 함께 열람하는 걸 거부했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실 직원 또한 A 씨에게는 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 씨는 경찰을 찾아 신고가 접수된 게 맞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경찰로부터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함께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경찰은 A 씨에게 "학생이야? 군인이야?", "지금 나이 몇 살이야?"라며 반말로 질문했다. A 씨가 "인상착의 찍힌 게 제가 확실하냐"고 묻자, 경찰은 "그날 헬스했잖아"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무슨 상황이었나. 본인 생각에는?"이라고 물었다. A 씨는 "저는 여자를 마주친 적도 없고 화장실에서 용변만 봤다. 화장실 간 건 확실하다. 용변 보고 헬스하러 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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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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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경찰은 "들어간 적은 있어 없어?"라고 물었다. A 씨는 "저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적도 없고 CCTV에 어떻게 나왔는지 얘기를 해달라"며 요구했다.

경찰은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A 씨 어머니에게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해 보니까 이 친구가 확인돼서 지나가는 길에 만나서 물어봤다 무슨 상황인지"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A 씨가 "어제 제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라며 말을 이어가려 하자, 경찰은 "일단 내가 연락처 줄 테니까 하나 남겨놔. 일정 같은 건 따로 연락해 줄게"라며 말을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또 A 씨가 "그냥 이렇게 가시는 거냐"고 하자 경찰은 "아니 다시 너 조사 받을 거야. 우리가 연락할 테니까 그때 시간 조율을 마치면 돼"라며 자리를 떴다.

A 씨는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괜히 죄인 된 기분이 들고 떨린다"라며 "최악의 경우 빨간 줄 그어지고 성범죄자 취급받을 거라 생각하니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겠다 싶다"고 토로했다.

사연이 전해지자 동탄경찰서 홈페이지에는 민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무고의 도시 동탄을 만드는 가해자 경찰서 감사하다", "CCTV를 제대로 돌려봤는지도 의심이 든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경찰이 싸잡혀 욕을 먹는구나"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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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경찰서 홈페이지 갈무리)


결국 동탄경찰서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신고자(여성)로부터 불상의 남성이 여자 화장실 용변 칸에 들어와 여성을 훔쳐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경찰은 신고처리 절차대로 신고자와 피신고자를 만나 진술을 청취했다. 이후 사건 현장 주변 CCTV를 확보해 수사 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어 억울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겠다. 아울러 신고처리 과정에서 경찰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A 씨의 어머니는 사건 현장에 들렀다가 피해 신고를 한 여성을 만나 대화한 내용을 유튜브 채널 'Kimwontv김원'을 통해 공개했다. 피해 여성은 "용변을 보는데 누군가 "바지를 내리고 거기를 만지면서 씩 웃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이 언급한 '용변 보는 것을 엿보고 갔다'는 신고 내용과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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