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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친족간 재산범죄 처벌 가능해진다…헌재 "내년까지 법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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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친족상도례 '형 면제' 조항 "헌법불합치"

"일률적인 형 면제…피해자 재판진술권 침해"

"25년말까지 법개정해야…26년부턴 효력 없어"

친족상도례 중 '친고죄' 조항은 '합헌' 결정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던 ‘친족상도례’ 관련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친족간의 재산 관련 범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헌재는 국회가 가능한 빨리, 늦어도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헌재가 명시한 시한까지 법 개정이 안될 경우 2026년 1월 1일부터 친족상도례 ‘형 면제’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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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김기현 출석정지’ 권한쟁의심판 및 ‘친족상도례’ 형법 328조 위헌소원 심판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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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관계의 특성에도 일률적으로 형 면제시 권리 희생 우려”

헌재는 27일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하도록 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친족상도례 규정은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정한 친족관계를 요건으로 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돼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족상도례는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범죄에 준용되는데, 이러한 재산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해 피해자가 수인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거나 피해의 회복 및 친족간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횡령이나 업무상 횡령으로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는 중한 범죄에 해당하지만 친족상도례 적용 상황에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임의의사를 제한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공갈), 흉기휴대 내지 2인 이상 합동 행위(특수절도) 등을 수반하는 재산범죄의 경우 일률적으로 피해의 회복이나 관계의 복원이 용이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판단의 배경이 됐다.

“경제적 착취 용인 초래할 수도…내년말까지 법개정해야”

헌재는 이어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에 친족상도례를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도 있다”며 “친족상도례 조항은 이같은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법관으로 하여금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짚었다.

예외적으로 기소가 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재판에서는 형사피해자의 법원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가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도 봤다.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고 있는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도 일률적으로 광범위한 친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 유무에 관계없이 형사소추할 수 없도록 한 경우는 많지 않으며, 적용 범위도 우리 형법보다 훨씬 좁다.

헌재는 “우리 형법의 친족상도례 ‘형 면제’ 조항은 입법재량을 명백히 벗어나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다”며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향후 입법을 통한 위헌성 제거 과정에서는 ‘일률적인 형 면제’ 부분의 합리적인 보완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친족상도례 ‘형 면제’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헌재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이외의 친족의 경우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2항(친고죄)에 대해서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에서는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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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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