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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단독] ‘화성 참사’ 아리셀 최근 5년 노동부 안전감독 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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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아리셀 공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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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감독·점검을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구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선임, 부실한 안전교육 의혹 등 총체적 안전체계 부실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당국의 허술한 감독망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아리셀에 대해 산업안전감독 또는 점검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매년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위험 기계 또는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감독·점검을 실시한다.



일부 사업장을 선별해 이뤄지는 감독·점검이지만, 아리셀이 고위험 물질인 리튬을 취급하고 이주노동자 밀집도가 특히 높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 감독망의 허술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리셀은 출입구 외 비상구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선임, 부실한 안전교육 등 각종 산업안전보건 법령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당국의 감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가 지난해부터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자기규율 예방 방식의 위험성평가로 대체하면서 안 그래도 허술했던 감독·점검 제도의 구멍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해 실시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사업장 위험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가 위험성평가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취지였지만, 아리셀 같이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명선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안전보건실장은 “기존에도 노동부의 감독은 전체 사업장의 1%도 안 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아리셀처럼 실질적으로 산업재해 요소가 은폐돼 있거나, 산재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감독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며 “그나마도 위험성 평가점검으로 바뀌고 나서는 적었던 감독물량의 절반 가까이가 더 줄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의 일반 근로감독 역시 아리셀의 ‘불법파견 의혹’을 바로 잡지는 못했다. 아리셀은 용역업체에서 이주노동자를 파견받았는데, 제조업 공정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파견법이 정하는 파견 허용업종이 아니라 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는 2년 전인 2022년 5월 아리셀에 대해 근로감독을 진행했으나, 당시엔 성희롱 예방교육 조항 위반 사항만 적발됐다. 언론보도로 아리셀의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논란이 제기되자, 노동부는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감독 건수는 매년 500건 안팎으로 미미했다.



박해철 의원은 “이번 사고는 현 정부의 자율예방 중심 산업안전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기업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아리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감독점검을 실시한 이력은 없으나 2023년과 24년 고위험 사업장으로 선정해 연초에 공문을 보내 안전보건조치를 철저히하도록 안내한 바 있다”며 “지역산업단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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