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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6·25 참전국 출신 아이돌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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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이란 아이돌 그룹이 있다.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멤버 중에 한국인이나 한국계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순전히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케이팝(K-POP) 아이돌이다. 결성 초기엔 한국인과 외국인이 뒤섞인 다국적 걸그룹을 표방했는데, 이후 한국인 멤버들이 탈퇴하며 외국인만 남았다고 한다. 현 구성원 4명의 출신국은 벨기에, 미국, 독일·브라질(복수국적) 그리고 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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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25일 케이팝 아이돌 ‘블랙스완’을 전쟁기념관 홍보대사로 위촉한 뒤 멤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비, 파투, 백 회장, 엔비, 스리야.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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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리더이자 메인래퍼인 파투(29)는 벨기에 출신이다.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태어나 11살 때 벨기에로 이민해 죽 그곳에서 성장했다. 흑인 최초의 케이팝 아이돌로 통한다. 메인보컬 엔비(25)는 미국인이다. 블랙스완의 소속사인 디알(DR)뮤직이 팀 결성을 위해 실시한 글로벌 오디션에서 무려 3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것으로 유명하다. 댄스를 주로 하는 가비(21)는 독일과 브라질 복수국적을 갖고 있다. 블랙스완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케이팝 인기가 높은 브라질에서 케이팝 댄스팀 일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룹의 막내 스리야(20)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인도에서 왔다. 어린 시절 엑소(EXO), 방탄소년단(BTS) 등 케이팝 아이돌을 동경해서 끊임없이 케이팝 오디션에 도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4명 모두 6·25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 국민이다. 벨기에는 연인원 3500명가량을 보내 그중 100명 이상이 전사했다. 미국이 한국을 돕기 위해 치른 희생은 모르는 국민이 없을 것이다. 1950년 6월 북한의 남침부터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까지 연인원 약 180만명의 미군 장병이 한반도에서 싸웠다. 이들 가운데 3만6000명 넘게 하나뿐인 목숨을 잃었다. 독일은 의료진 117명을 한국에 보내 다치거나 병든 군인 및 민간인을 치료했다. 의료진이 정전협정 체결 후 한국에 도착하는 바람에 독일은 오랫동안 참전국에서 제외됐으나, 2018년 우리 정부가 결단을 내려 뒤늦게 참전국이 되었다. 인도는 전쟁 기간 627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한국에서 활동하며 부상병 등의 생명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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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아이돌 ‘블랙스완’ 멤버들이 6·25전쟁 74주년인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전사자 명비 중 무명용사 추모 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리야, 가비, 파투, 엔비.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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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점에 착안한 것일까.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가 블랙스완을 기념관 홍보대사에 해당하는 굿윌앰버서더(Goodwill Ambassador)로 위촉해 눈길을 끈다. 6·25전쟁 74주년 기념일인 지난 25일 전쟁기념관을 찾은 블랙스완 멤버들은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기념관 내 전시물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백 회장은 블랙스완 멤버들이 모두 6·25전쟁 참전국 출신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팀의 리더 파투는 “전쟁기념사업회와 전쟁기념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6·25 참전국 출신’이란 끈으로 연결된 한국과의 소중한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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