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적 발언" 반발…대선 앞두고 바이든 낙선운동 해석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이 무기와 탄약 공급을 지연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한 가운데 미국이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 양국 간 신경전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발언이 정치적 이유에서 촉발됐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낙선운동 성격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지연되고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에 대해 미국이 정책 변화는 없다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 모두 지난 3월께부터 이스라엘로 수송되는 무기량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초기와 비교해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석하는 시각에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무기를 빼앗았다고 반발했지만, 미국은 전쟁 초기 대규모 전달이 이뤄졌고 이후 이스라엘이 신규 지원 요청을 적게 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전쟁 초기 요청했던 무기들은 이미 지원이 완료됐고, 이후 요청량이 적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현재의 무기 지원 속도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초기 대규모 지원이 이뤄졌을 때와 비교하면 둔화한 것이기는 하지만 평소보다는 더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스라엘이 최근 무기를 더 적게 요청했을 수 있다고 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발언에는 응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WSJ은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률이 상승하면서 당내 진보 세력들로부터 무기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5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국무부는 신형 F-15 전투기 판매를 보류한 바 있다.
국무부는 아직 전투기 판매 재개 절차에 나서지 않고 있다.
WSJ은 또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대비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전현직 이스라엘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무기를 비축해놓고 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미국의 무기 지연이 아무런 설명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레바논에서의 향후 작전 가능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무기 지원을 둘러싼 양측간 신경전은 정치적 이유로도 해석되고 있다.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 지오라 에일랜드는 가자 전쟁 초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2년 치 군수품을 두 달 만에 이스라엘로 보냈다며 이후 선적이 느려진 것은 반드시 정치적 이유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한편으로는 옳은 말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거 없는 과도한 해석을 내놨다"고 했다.
일부 이스라엘 정치분석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자국 내에서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원으로 봤다.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척 프레일리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대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마이크 존슨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내달 미국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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