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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5년 만에 유엔 무대 선 반기문 “내가 경험한 전쟁의 아픔 아직도 수많은 아이들이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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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동과 무력 분쟁’(Children and Armed Conflict·CAAC) 연례 공개토의에서 국제사회 원로 그룹 부의장 자격으로 연설했다./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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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저는 트라우마와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분쟁 중에 고향을 떠나야 했고, 사방에 죽음과 파괴가 난무했죠. 부모님과 함께 불타는 마을을 떠나면서 목격한 인간적 고통은 며칠이고 몇 년이고 계속 저를 괴롭혔습니다.”

2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동과 무력 분쟁’(Children and Armed Conflict·CAAC) 연례 공개토의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아직도 전 세계 수많은 소년, 소녀가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일들을 지금도 겪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제안으로 창설된 국제사회 원로 그룹(디 엘더스·The elders) 부의장 자격으로 이날 토의에서 연설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 행사에서 직접 연설한 건 2019년 6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회의는 아동과 무력분쟁 사무총장 연례 보고서 발간에 맞춰 열렸다. 안보리 이사국 포함 총 80여명이 발언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아동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가 2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아동 살해 등이 35% 늘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무력 분쟁 과정에서 어린이는 가장 무고한 희생자”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 4247명과 이스라엘 어린이 113명에 대한 인권 침해가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오늘날의 상황은 지난 30여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참담한 결과”라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 대한 면책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사국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일부 상임이사국이 1945년 부여된 거부권을 남용하면서 안보리는 분쟁 앞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이날 반 전 총장, 안보리 15개국 대사 등과의 비공식 오찬 회담을 주재했다. 황 대사는 “북한의 경우 유엔 인원이 상주하지 못한 관계로 ‘아동과 무력분쟁’ 사무총장 보고서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북한 내 아동들은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정권 지도자가 사치품을 누리고 무모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가운데 북한 아동들은 영양실조와 의료 접근 미비로 인한 심각한 인도적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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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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