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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화성 공장 화재 위험” 소방당국, 경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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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아리셀’ 방문, 예방 컨설팅도

3월 현장점검선 “인명피해 우려 지역”

조선일보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지난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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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에 앞서 소방 당국이 두 차례나 화재 위험을 알렸던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지난 3월 현장 점검을 한 뒤 업체 측에 화재 발생과 인명 피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공장을 직접 방문해 화재 예방 컨설팅까지 실시하며 “대형 소화기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점검에서는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을 ‘다수 인명 피해 발생 우려 지역’으로 지목했었다고 한다. 석 달 사이 두 차례나 화재 위험 경고가 있었는데도 업체 측이 대비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는 화재 발생 19일 전인 지난 5일 이번에 불이 난 리튬 배터리 업체 ‘아리셀’을 방문해 현장 컨설팅을 벌였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관할 소방서에 리튬 등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컨설팅을 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남양119안전센터는 아리셀 등 3곳을 방문해 컨설팅을 했다.

당시 남양119안전센터장 등 소방관 4명은 아리셀의 안전관리 담당 직원 3명에게 화재 시 대응 방법을 설명하고 위험물 사고 사례 등을 소개했다고 한다. 또 리튬을 보관한 저장소를 둘러보며 위험물 허가 사항 등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대형 소화기를 비치하라고 권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남양119안전센터는 지난 3월 28일에도 아리셀 공장을 점검하고 화재와 인명 피해 우려를 지적했다. 센터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에게 제출한 당시 ‘소방활동 자료조사 결과보고’에는 ‘3동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 피해 우려 있음’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 “(아리셀의) 11개 동 건물 위치는 상황 발생 시 급격한 연소로 인한 연소 확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 조사에 참여해 보고서를 작성한 소방관은 “배터리 생산 공장이어서 연소 우려가 있고, (특히 3동은) 많은 사람이 모여 작업을 하는 공간이어서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또 “회사 관계자에게 화재 시 대피 요령, 소화기 사용 방법 등에 대해 당부도 드렸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박순관 대표 등 업체 관계자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아리셀 등 3개 업체와 박 대표의 자택도 포함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리튬 배터리 제조 공정, 안전관리지침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합동감식 결과 등을 바탕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다수의 인명 피해가 나온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특히 아리셀 측이 방재를 위한 적절한 장비나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제대로 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망자 23명 전원이 화재로 인해 질식사했다”는 부검 구두 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화재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낳은 산업재해다. 고용부는 이날 업체 관계자 3명을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아리셀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준수했는지 등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아리셀이 이번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 18명을 인력 파견 업체인 ‘메이셀’로부터 불법 파견받았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제조업 생산 공정에는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다. 박 대표는 25일 대국민 사과 과정에서 “불법 파견을 받은 것은 아니며 정상적으로 도급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셀 측은 “우리는 인력 파견 업체이며, 업무 관리감독은 모두 아리셀이 담당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메이셀은 지난 5월 ‘1차전지 제조업’을 사업 목적으로 설립 등기를 마쳤다. 업체 소재지는 화재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3동 2층 포장작업장이고 고용·산재보험은 따로 가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력 파견 업체인 메이셀이 아리셀의 사내 하도급 업체로 위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두 업체 간 도급계약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실제 공정과 인사관리 상황 등을 확인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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