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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로봇이 온다

"사람처럼 사물인식 …'로봇 눈' 특화 AI모델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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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로봇이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도록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비전 기반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틴 휴멘버거 네이버랩스유럽(NLE·사진) 연구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쟁이 불붙은 AI 로봇 분야에서 앞서가기 위한 네이버의 연구 전략 방향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로봇이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스스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지 기반 AI인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VFM)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VFM은 마치 사람이 두 눈으로 3차원을 인식하는 것처럼 로봇 눈을 강화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이미지 속 사물, 사람, 공간 등을 3차원으로 인식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최근 로봇업계에서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단순히 로봇에 탑재하는 방식으로는 반쪽짜리 마케팅용 '휴머노이드'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휴멘버거 소장은 "하이퍼클로바X, GPT 등의 AI 모델이 디지털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VFM은 사람이 살고 있고,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세계에 집중한다는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AI 연구소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NLE는 AI,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 선행연구를 수행하는 네이버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전진기지다. VFM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로 평가받는 휴멘버거 소장은 2022년부터 이곳에서 25개국에서 온 100여 명의 다국적 브레인을 이끌고 있다.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멘버거 소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로봇이 현실 세계를 인식 연결 통로 역할을 하는 차세대 VFM인 '마스터(MASt3R)'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3차원 세계를 학습해 AI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새 모델의 특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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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등에 쓰이는 LLM이 수많은 문장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한다면 '마스터'는 동일 장면에 해당하는 다른 시점의 이미지를 통해 로봇에 탑재된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사람이 두 눈으로 3차원을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에 연결된 로봇들이 각종 장애물을 살피고 로봇에 특화된 공간 밖에서도 인지·행동·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휴멘버거 소장은 "(마스터는) 3D 정보를 미터 단위로 제공하고 이미지 매칭을 목적으로 설계해 임무를 더 정확하고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터는 초기 단계에서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학습하도록 한 뒤 누락된 부분을 복원하고, 정밀한 파인튜닝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개발됐다. 특히 기존에 개발해온 3D 모델 '크로코'와 '더스터'를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NLE는 조만간 '마스터' 모델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 결과를 외부에 밝힐 계획이다. AI의 양대 분야는 전통적으로 언어를 다루는 자연어처리(NLP)와 이미지를 처리하는 비전 영역으로 구분된다. 언어 분야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상용화 시대를 맞았지만 비전 분야는 아직 경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네이버를 비롯해 메타, 오픈AI, 구글 등이 자체 VFM 개발에 나선 상태다. 휴멘버거 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AI업계에선 로봇이 환경이나 작업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을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VFM에 대한 연구가 발전한 덕에 이러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휴머노이드 개발과 관련해 휴멘버거 소장은 "직접 로봇 하드웨어를 개발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연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래 도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필요하고, 특정 로봇이 아니라 범용 로봇을 위한 AI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7년 AI업계에서 유명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해 NLE를 만들었다. NLE는 네이버의 유럽 핵심 인재 영입을 돕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인재 영입을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면서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은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회사 격인 한국 네이버랩스와의 관계에 대해 그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NLE는 연구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것에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면서 "우리의 역할은 로봇과 AI 분야에서 네이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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