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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내가 진다에 돈 건다"…총선 도박 스캔들, 英정계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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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운 리시 수낵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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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 조기 총선을 앞둔 영국 정계가 '선거 도박' 스캔들로 홍역을 앓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선거 결과 등을 두고 판돈을 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영국은 도박 대상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도박을 벌이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처벌하고 있다. 이런 느슨한 도박법에 기대어 자신이 패배하는 데 판돈을 건 총선 출마자까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의 케빈 크레이그 후보는 자신이 출마한 센트럴 서퍽·노스 입스위치 지역구의 보수당 승리에 돈을 건 사실이 드러나 규제 당국인 도박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크레이그는 “몇 주 전 승리가 어렵다는 생각에 누가 이기든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수당 승리에 돈을 걸었다”며 “결과를 알고 베팅한 것은 아니었지만 큰 실수였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노동당은 그의 후보 자격을 정지했다.

집권당인 보수당도 선거 도박이 논란이 됐다. 도박위원회는 보수당 선거운동 책임자인 토니 리, 그의 아내이자 브리스톨 노스웨스트 지역구의 보수당 후보인 로라 손더스를 조사하고 있다. 보수당 소속인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보좌관 출신으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크레이그 윌리엄스도 선거 도박에 100파운드(약 17만5000원)를 걸었다가 5배의 수익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총리 경호팀의 경찰관도 돈을 건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은 모두 총선이 예상을 깨고 가을이 아니라, 여름인 7월에 치러질 것이란 데 판돈을 걸었다. 앞서 수낵 총리는 지난달 22일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때”라며 7월 조기 총선 일정을 밝혔다.

영국을 덮친 선거 도박 스캔들은 공교롭게도 수낵의 ‘정치적 도박’에서 비롯했다. 수낵의 취임 이후 영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보수당은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낵 총리는 차라리 빨리 선거를 치르면 그나마 건질 의석이 있다는 계산에서 조기 총선에 '베팅'했다.

그러나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 지지율(42%)이 보수당(23%)을 무려 19%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간 172억 파운드(약 30조2000억원) 규모의 감세안 등 수낵 총리의 '승부수'도 지지율 반등엔 크게 도움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수당은 공식 X(옛 트위터)계정에 룰렛이 돌아가는 동영상과 함께 “노동당에 베팅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가 선거 도박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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