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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동물병원이 지원금 타내려 만삭 길고양이까지 중성화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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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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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

청주의 일부 동물병원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법적으로 금지된 임신묘(猫)까지 무분별하게 포획해 수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오늘(26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이하 동물협회)에 따르면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이 진행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청주시와 위탁계약을 맺은 동물병원 6곳 중 3곳이 수술을 실시한 암컷 길고양이 318마리 가운데 73마리(23%)는 임신 중기이거나 만삭이었습니다.

이는 병원이 수술받은 길고양이의 모습과 함께 적출된 자궁의 사진을 촬영해 올리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동물협회가 자궁의 크기와 모양을 확인해 자체 집계한 결과입니다.

실제 해당 포털에 접속해보면 일반적인 고양이의 자궁이 작은 '끈' 형태인 것과 달리 일부 고양이의 자궁은 확연히 부푼 모습으로 수십 배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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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된 자궁의 크기 차이


현행법은 임신한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새끼가 죽는 것에 대한 윤리적 고려도 있지만, 혈관이 확장돼 있는 탓에 수술 과정에서 과다 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단체는 이들 동물병원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수년간 무분별하게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합니다.

청주시는 암컷 1마리당 22만 원의 중성화수술비를 동물병원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동물병원 수의사는 "길고양이의 경우 저항이 거센 탓에 마취 전에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살이 찐 고양이의 경우엔 더욱 분간이 어렵다"며 "정부도 마취제 투여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하라고 권고한다. 새끼가 사산되면서 어미의 생명까지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임신 중기 이상의 길고양이는 배만 유독 나와 있어 웬만큼 경험이 있는 수의사라면 임신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한다는 것이 수의학계의 의견입니다.

동물협회의 집계 결과 실제 다른 위탁 동물병원 3곳이 같은 기간 임신 중기 이상의 길고양이에 대해 수술을 실시한 비율은 4.4%(224곳 중 10곳)에 불과했습니다.

동물협회 측은 "새끼는 물론이고 어미까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수술을 진행한 것은 명백한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라며 "이들 병원을 모두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주시는 이들 병원과 하반기에는 위탁 계약을 맺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시 관계자는 "포털에 올라오는 사진을 매번 확인하긴 했지만, 병원 측이 임신묘인 것을 알고도 일부러 수술했다고 볼만한 확실한 근거가 없어 제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임신묘 수술 비중이 유독 높은 병원엔 경고 조치를 한 뒤 지속될 경우 위탁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전남 목포에서 길고양이 325마리 중 87마리(27%)가 임신묘였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중성화수술 사업이 일부 동물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만큼 근본적인 사업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동물협회 연보라 본부장은 "동물병원이 임신 여부 확인이 어렵다는 핑계로 무분별하게 수술하는 관행을 막으려면 마취제가 투여되기 이전에 임신묘를 판독하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면서 "또 위반시엔 위탁계약 취소는 물론 지원금을 전액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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