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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센강에 똥 싸자” 파리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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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쥐와 함께 수영하는 합성 사진이 널리 공유됐다. 엑스(X·옛 트위터) ‘MickaelLaffont’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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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에 똥을 싸자.”



2024 파리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프랑스 파리 시민들 사이에 번지는 말이다.



한겨레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프랑스 파리 센강에 변기가 놓인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 공유됐다. 엑스(X·옛 트위터) ‘Philippe Du Russiet’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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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각)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은 “센강 오염에 지친 파리 시민들이 항의의 뜻으로 집단으로 배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JeChieDansLaSeineLe23Juin'(6월23일에 센강에서 똥을 싸겠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누리집까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누리집에는 “그들이 우리를 똥 속에 빠뜨렸으니 이제 그들이 우리의 똥 속에 빠질 차례다”라고 적혀있다. 이는 센강이 깨끗하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23일 정오에 센강에서 직접 수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안 이달고 파리 시장과 그와 마찬가지로 향후 센강에서의 수영을 예고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누리집은 23일 정오에 오물이 센강의 중심부에 도달하려면 어디서 배변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계산기도 제공한다.



누리집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쥐와 함께 센강에서 수영을 하거나 오물을 뒤집어쓴 채 속옷 차림으로 서 있는 합성 사진 등이 널리 공유됐다.



센강에서는 7~8월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철인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이라 불리는 오픈워터(야외) 수영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파리시는 센강의 수질 정화를 위해 14억유로(약 2조815억원)를 들여 하수 처리시설 현대화, 대규모 오·폐수 저장 탱크 건설 등 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파리시가 1~9일 센강 수질을 분석한 결과, 대장균이 유럽의 수영 지침과 국제3종경기연맹의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누리집을 만든 익명의 프로그래머는 지난 2일 현지 매체 악튀파리(Actu Paris)와 인터뷰를 갖고 파리 시민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문제는 지금까지 투자된 모든 자원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버림받은 느낌을 받고 있다. 그들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림픽 준비 기간 동안 파리와 주변 지역에서는 노숙자들이 미관상 이유로 파리 외곽으로 쫓겨났고, 올림픽 경기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병원 치료나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세금을 들인 센강 수질 정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파리 시민들이 정부를 향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농담을 목표로 벌인 일”이라면서도 “시민들이 실제로 센강에 똥을 싸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벌일까?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이달고 시장은 높아진 강 수위 때문에 23일 수영을 취소했고, 올림픽 개막 전까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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