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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백혈병 아내 잃자 유서 쓰고 사라진 남성… 경찰, 끈질긴 설득 끝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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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경찰서 "동생이 연락 두절" 신고
휴대폰 위칫값 인근 샅샅이 뒤져 찾아
한국일보

서울 동작구의 한 28층 건물에서 한 경찰관이 건물 난간을 넘어가 투신을 시도하려던 A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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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끈질긴 수색과 설득 끝에 투신 직전 남성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이 남성은 아내를 잃은 슬픔에 충동적으로 고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유서를 남기고 연락이 두절된 남성 A(36)씨가 28층 건물 옥상 난간에 넘어가있는 것을 발견해 구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건 12일이었다. 이날 밤 11시 25분쯤 "동생(A씨)이 자살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주소를 잘 모르겠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즉각 수색에 나섰지만 등록된 A씨 주거지와 휴대폰 위칫값이 달라 혼선을 빚었다. A씨가 집 안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해 자택 문을 강제 개방했으나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3시간가량 그의 주거지 및 휴대폰 위칫값 인근 모텔과 고시원 등을 샅샅이 뒤졌고 공사 중인 28층 건물 옥상에서 발견했다. 당시 A씨는 150㎝ 높이의 추락방지용 철제 난간을 넘어 투신 직전이라 낚아채는 조치를 취하긴 어려웠다. 또 여러 명의 경찰관이 가면 A씨가 불안감에 자칫 뛰어내릴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관 1명이 대화를 시도하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곳에서 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막기 위해 소방에 연락해 지상에 에어매트도 설치했다.

알고 보니 A씨는 아내가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하고 장례를 치른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처지였다. 그는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투신을 마음먹었다고 경찰관에게 털어놓았다. 이 경찰관은 약 1시간 동안 A씨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대를 형성한 뒤 설득에 성공, 그가 스스로 난간 안으로 넘어오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는 위스키 병이 놓여 있는 등 술에 의한 충동이 강하게 발현될 확률이 높았다"며 "휴대폰 위칫값 주변 건물 주차장과 옥상까지 적극 수색해 소중한 생명을 구조한 사례"라고 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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