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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특검에 당혹스러운 대통령실 "누가 되든 함께 일할 여당 대표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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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당무 개입 금지 지시... 전당대회 입장 자제
"누구든 민생 살리자"는 뜻이지만... 한, 특검 찬성에 당혹감
'여당이냐' '야당이냐' 전당대회 내내 논쟁화 가능성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함께 오찬을 하기 전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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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켜볼 뿐이다. 누가 당선되든 그 사람은 정권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나라를 위해 일을 할 ‘여당의 대표’가 아닌가.”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 구도가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의 4파전으로 굳어지자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여권 핵심 관계자가 24일 전한 용산 내부 분위기다. 얼핏 보면 전당대회에 일절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쩍 ‘여당의 대표’를 강조하는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마 여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앙금 △‘윤심’ 후보 논란 등 여권의 최대 관심사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고위관계자가 “대통령실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는 짧은 메시지를 냈을 뿐이다.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나 후보의 발언 등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사실상 ‘무반응’은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을 전후로 ‘당무 관여 금지’ 메시지를 강하게 냈다고 한다. ‘정책과 관련한 주제가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당이 잘 알아서 하시라’고 응대하라는 주문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나경원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면서 당무 개입 논란이 시작됐고, 이후 원내대표 선거-비상대책위원회-총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윤심’과 ‘친윤’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반면교사로 볼 수 있다. 한 참모는 “순리대로 뽑힐 당대표와 정부가 힘을 모아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철저한 중립을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전날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힌 것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무대응 원칙을 세웠지만 이미 윤 대통령이 특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본 뒤 국민들이 진상 규명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먼저 특검을 주장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한다면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에 편치 않은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한 전 위원장의 특검 발언 이후 ‘여당 대표냐, 야당 대표냐’를 되묻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당대표 후보자들이 정책 경쟁을 통해 정부와 민생 해법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었을 텐데 곧바로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해 당황했을 것”이라며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순간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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