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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철거 위기 '베를린 소녀상' 운명 어디로… 독일 시민단체 "소송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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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설치 주도 독일 코리아협의회
"상황 어렵다"... 구청 상대 '행정소송' 고려 중
미테구 '7월 만남' 제안... 소녀상 존치 여부 '관심'
한국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19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의 한 거리에 설치돼 있다. 미테구는 2024년 9월 철거를 예고하고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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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알릴 목적으로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의 운명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소녀상을 설치한 한국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독일 코리아협의회(코협)가 '영구 존치'를 주장하고 있음에도 조형물 설치·철거 권한을 쥔 미테구청 등 독일 측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구청이 코협에 "7월 중순에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대화가 성사될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협은 구청을 상대로 한 행정 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비문 수정 협상 실패" vs. "협상한 적 없다"


한정화 코협 대표는 23일(현지 시간) 한국일보 통화에서 구청이 소녀상 철거 의지를 꺾지 않는 상황을 언급하며 "구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녀상은 2020년 9월 구청 허가하에 2년 기한으로 설치됐다가 → 일본 정부 항의 등으로 설치 허가가 취소됐고 → 이후 존치 여론이 일자 → 구청의 설치 허가 취소 번복 및 구두 승인을 통해 설치 기한이 2024년 9월로 늘어난 상태다.

구청은 '공식 설치 기한(2년)은 이미 끝났고, 소녀상 옆 비문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코협은 구청이 비문 수정을 공식 요구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법적으로 다툴 만한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비문에는 일본군의 성노예 강제동원 사실 등이 적혀 있다. 한 대표는 "구청 소속 공무원 두 명과 만난 적 있으나 비문 관련 구체적 문구를 놓고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비문 수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건 말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코협은 앞서 미테구가 2020년 10월 설치 허가를 취소했을 때도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이를 보류시켰다.

"7월 셋째 주 만나자" 구청 제안... 해결 실마리 찾나


양측이 대화를 통해 소녀상 철거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청은 최근 코협에 7월 셋째 주 특정 날짜와 시각을 제안하며 "대화하자"고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이 대화를 서두르는 건 휴가철(7, 8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 시한이 도래하는 만큼 조속히 관련 절차를 밟아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코협이 구청 제안에 응답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의회 내에서 사회민주당(SPD), 좌파당 중심으로 소녀상 영구 존치를 지지하는 만큼,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지켜본 뒤 대화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구청의 대화 제안 자체가 '소녀상 철거 명분 쌓기'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코협은 대화 성사 여부와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한 집회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소녀상 인근 주민 1,000명을 목표로 영구 존치 촉구 서명도 받고 있다.
한국일보

22일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해안가에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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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녀상 제막식 참석 "영구 설치로 봐야"


한편 한 대표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에서 22일 열린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것과 관련 "베를린 소녀상이 위기에 놓인 것과 달리 리타 발라벨라 스틴티노 시장은 현장에서 직접 '전시 성폭력을 알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지지해 줘 든든했다"고 말했다. 사르데냐 소녀상은 영구 설치로 이해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이탈리아 측을 상대로 철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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